국내 최초 '주주 공개추천' 독립이사…"전체 주주 위해 감시·견제"

김경렬 기자
2026.08.19 16:08

박유경 고려아연 독립이사 감사위원 후보자 인터뷰

/사진=김경렬 기자

"경영진은 물론 MBK와 영풍에 치우치지 않는 독립이사(감사위원)가 되겠습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사명감으로 올바른 방향을 향하도록 감시·견제하는 게 제 역할일 테니까요."

박유경 고려아연 독립이사 후보자는 19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MBK와 영풍의 추천으로 독립이사 후보에 올랐지만,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의 감사위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사전 확인을 받고 후보자 등록을 수락했다. 이사회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일반 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감시하고 기업 위상을 세우는 지배구조·문화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자는 MBK와 영풍에서 국민(주주) 추천을 진행해 고려아연 독립이사 후보자로 선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주가 주도해 공개추천을 받고 회사와 주주 등 모든 관계자로부터 독립된 외부 심사기구의 후보 검증 작업을 거쳤다. 이런 과정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최초 시도 사례로 꼽힌다.

박 후보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이력 때문이다. 박 후보는 2009년부터 17년간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 APG에서 투자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책임투자를 진행하고 여러 주주 활동을 지휘했다.

이 사이 홍콩 주식선물위원회 주주그룹위원회의 자문위원,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 위원, 일본 국민연금과 미국 캘리포니아 캘퍼스(공무원연금)·캘스터스(교직원연금)가 시작한 글로벌연기금 포럼의 APG 대표, 한국 금융위원회 내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5년부터 10년간 ACGA(아시아거버넌스협의회)에서 한국워킹그룹 의장을 맡았고, 현재 타라기후재단 이사회 멤버,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박 후보는 "지난 17년간 주식·투자시장에서 회사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책임투자를 진행해왔다"며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전문가로 회사의 경영진 감시와 이사회 결정을 면밀하게 살펴온 이력이 이사회 멤버에 어울리는 충분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후보자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SK, KT, KB금융지주 등을 대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했다. 박 후보자가 몸담았던 APG가 투자한 펀드 포트폴리오 가운데 국내 업체 투자 액수는 약 10조원에 이른다. 국내 대표 상장기업들에 상당 비중을 투자하면서 시장 감시·견제 기능에 대한 남다른 이해력을 키워왔다.

박 후보자는 이사회 충실의무에 대해 강조했다.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됐다.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사안을 판단할 때 지켜질 수 있단 게 법 개정의 취지다. 박 후보자는 "이사회 충실의무를 다하려면 경영진 인식 변화, 이사회 감시·견제 기능 강화, 투명성 제고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며 "자금조달, 인수합병, 정관 변경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 관점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경영권'보다 '지배권'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경영진은 주주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려아연에 대해 박 후보는 "지배권 다툼 상황이 오래가면 일반 주주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며 "지배권 다툼에는 반드시 선이 있어야 하고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주주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주주 간 지배권 다툼이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역사가 짧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밸류업 프로그램과 같은 정부 차원의 인식 개선 활동도 본격화되는 지금, 고려아연 이사회는 전체 주주를 위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라고 했다.

박 후보는 1999년부터 굿모닝증권, 씨티글로벌증권 시니어 기업분석가를 거쳐 2006년 아시아지속가능책임투자협회에서 책임투자 이사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 APG자산운용에 합류해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본부장을 지냈고,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머징마켓 주식투자부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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