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에 경고음이 뚝 끊겼다. 코스피 시장이 프로그램 매매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 미발동 기간을 연내 최장 수준인 21거래일로 늘렸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AI(인공지능)발 랠리 둔화세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는 분위기다.
20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 시장은 사이드카가 49차례(매수 24·매도 25) 나타났으나 지난달 21일 이후론 발동횟수가 전무했다. 코스피 시장 사이드카는 장중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일 대비 5% 이상 오르거나 내려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장내 프로그램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변동성 완화 장치다.
올 들어 시장은 3.6거래일마다 한 차례 사이드카를 마주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 이래 사이드카가 가장 오래 침묵한 기간은 17거래일(4월9일~5월4일)에 불과했고, 발발 이전에도 사이드카 없이 거래를 마친 기간은 연초 21거래일(1월2~30일)에 그친 터다.
또 다른 변동성 지표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200)는 주간 종가(43.56)가 연내 고점(96.94·6월29일) 대비 반토막 나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최근 사이드카 발동일(57.26·8월20일)에 비해선 23.9% 하락한 상태다.
시장에선 변동성이 급감한 주 원인으로 반도체주 쌍두마차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꼽는다. 지난달 20일부터 SK하이닉스, 같은 달 24일부터 삼성전자가 장내 물량을 쓸어 담으며 수급 안정화 주체로 떠올랐다는 풀이다.
실제로 양사의 매입물량이 반영되는 코스피 기타법인 계정 순매수액은 지난달 20일부터 22거래일간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1조원을 웃돌았다. 지난달 31일과 9월1일엔 개인·외국인·기관이 모두 순매도 포지션을 취한 가운데 기타법인이 홀로 순매수로 증시를 떠받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간 랠리를 주도한 AI 수혜주들이 글로벌 금리 상승 등 여파에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면서 투자 의지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7월 37조원, 지난달 26조원에서 이달 21조원으로 감소했다.
참여자들의 관심은 기타법인 순매수세 소멸 이후 수급 향방에 쏠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자사주를 사들여서다.
양대 기업은 사전신고 당시 자사주 매입기간을 각각 11월 중하순까지로 잡았지만, 매입 예정수량 대비 삼성전자는 74.7%, SK하이닉스는 58.8%에 대한 체결을 마쳤다. 남은 수량과 분할매수 패턴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순, SK하이닉스는 같은 달 중순쯤 매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효과가 걷힌 이후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3분기 실적시즌을 앞둔 국내 수출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에 직면했다. 거시적 관점에선 중동권 무력충돌이 국제유가 고공행진을 가속화하며 금리를 압박하는 추세다. 10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고비로 지목된다.
한편 코스닥 시장은 지난달 24일부터 20거래일 연속 사이드카 없이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발동횟수를 32차례(매수 18·매도 14) 누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