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쏠림의 그늘…'자투리 펀드' 올해만 50개 늘었다

김경렬 기자
2026.09.21 17:07
최근 1년간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 개수 추이/그래픽=윤선정

올 들어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자투리 펀드'가 늘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쏠리면서 일반 공모펀드에서 투자자가 빠져나간 영향이다.

정부는 분산투자가 어려워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펀드의 난립을 막아왔다.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작게 설계된 펀드나 설정액은 50억원 미만이어도 수익률이 높아 순자산이 50억원을 넘는 펀드도 있다며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펀드 중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수는 지난 17일 기준 1827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777개에서 50개 늘어 올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가 크게 늘었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말 545개에서 지난 17일 572개로 27개 증가했다. 채권형 펀드는 같은 기간 159개에서 189개로 30개 불었다. 반면 혼합채권형 펀드와 혼합주식형 펀드는 10개 이상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자투리 펀드 증가를 ETF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투자자가 빠져나간 결과로 보고 있다. 일반 공모펀드 자금이 직접투자나 새로운 펀드로 옮겨 가면서 상대적으로 수급이 말랐다는 분석이다.

자투리 펀드는 운용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로 정부 차원의 관리 대상으로 꼽힌다. 펀드가 작으면 운용사가 받는 운용보수는 줄고 비용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애초에 자금이 적다 보니 채권이나 대체투자와 같이 최소 투자금이 필요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기도 어렵다. 일부 투자자의 환매가 펀드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운용 비효율은 투자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운용사별로 자투리 펀드 비중이 공모펀드의 5%를 넘으면 해당 운용사가 신규 공모펀드를 출시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자투리 펀드는 투자자가 이탈해 설정액이 줄어든 경우와 처음부터 소규모 펀드로 설계된 경우 등 상황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특정 기관이나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설정액 30억원짜리 펀드를 만들었다면 설정액이 조금만 줄어들더라도 큰 변화로 부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일부 자투리 펀드에 대해 판단 기준을 완화하고 관리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업계 요구를 일부 반영해왔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공모펀드 제도 개선을 발표하면서 자투리 펀드의 판단 기준을 기존 '설정 후 1년이 지난 펀드 중 설정원본 50억원 미만'에서 '설정 후 2년이 지난 펀드 중 설정원본 50억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이 기준은 운용사의 고유재산을 투자한 펀드와 성과보수를 적용하는 등 운용사의 책임이 강화된 펀드에 적용된다. 이 밖에 역외펀드에 투자하는 해외 재간접 펀드도 직접 투자가 아닌 점을 고려해 자투리 펀드로 분류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시장 상황을 반영해 추가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정액은 50억원 미만이지만 수익률이 높아 순자산은 50억원을 넘는 공모펀드가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이를 판단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투리 펀드로 분류된 펀드 고객에게 환매를 유도하기 위해 연락을 해보면 수익률에 만족해 환매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업계에서 설정원본액과 순자산액을 비교해 두 금액 중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자투리 펀드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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