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로부터 복수 규제(재무부, 상무부, 전쟁부)를 받는 중국광핵그룹(CGN)의 국내 발전사업 허가 과정이 국회에서 문제로 제기된 가운데 국민연금도 CGN의 원자력발전 자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미 전쟁부 제재 명단인 중국군사기업(CMC)에 오른 중지이노라이트 IPO(기업공개)에 대해서도 투자해 야권을 중심으로 노후자산 리스크(위험) 관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연기금,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예탁결제원 결제망 대신 해외 계정을 통해 중국 증시에 투자해 왔다. 이런 절차를 거쳐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CGN의 자회사인 CGN파워 주식을 선전증시 상장 A주와 홍콩증시 상장 H주를 합쳐 141억원 규모(H주 123억원·지분율 0.20%, A주 18억원·지분율 0.01%)로 보유했다.
국민연금의 CGN파워 보유는 국민연금 해외주식 공시상 해외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으로 확인되는 2019년 말부터 이어졌다. 2019년 말은 CGN이 미 국방부의 첫 CMC 명단에 오른 2020년 6월보다 앞선 시점이며 2019년 말 보유 규모는 H주만 47억원(지분율 0.135%)이었다. 국민연금의 CGN파워 H주 지분율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한해를 제외하면 해마다 높아졌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2024년 말 A주를 20억원(지분율 0.006%) 규모로 새로 보유했고 지분율도 높아졌다.
CGN은 2021년 6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중국 군산복합체 기업(NS-CMIC) 명단에도 올랐다. NS-CMIC 명단에 오른 기업이 발행한 상장·거래 증권은 미국인의 매매가 금지된다. 재무부가 매매를 금지한 증권은 CGN 본사 발행 증권이며, 상장 자회사인 CGN파워 주식은 명단에 들어 있지 않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CMC기업 중지이노라이트의 홍콩증시 IPO에 투자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금융투자를 제한한 기업이, 금지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CGN 파워 투자를 감안하면 모회사가 미 정부의 금융투자 금지 대상이더라도 자회사가 금지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면 투자할 수 있는 구조로 해석된다. CGN은 비상장 중국 국유기업이다.
국민연금의 CGN파워 H주 지분율은 CGN이 NS-CMIC 명단에 오른 해인 2021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매년 높아졌다. 지난해 말 CGN파워 H주 지분율은 2020년 말의 1.7배다. CGN은 2019년 8월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명단(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도 올랐다.
CGN은 국내 계열사 씨지앤대산전력과 씨지앤율촌전력 등을 통해 충남 서산 대산과 전남 광양 율촌 등에서 발전소 5곳을 운영한다. 미국 민간연구소 동아시아연구센터(EARC)는 CGN의 국내 발전사업이 한국 전력망과 주한미군에 안보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2021년 11월 씨지앤대산전력의 발전사업을 허가하면서 CGN의 미국 제재 이력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내 CGN 계열 발전사업의 허가 적정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8월 국민연금 해외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과 CMC 명단을 대조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명단에 법인명이 직접 오른 기업 21곳의 국민연금 보유액은 6조5961억원이었다. CGN파워처럼 모회사만 CMC 명단에 오르고 법인명이 기재되지 않은 상장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국민연금의 미국 제재 대상 상장사 투자액은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전개되고 있는 국면임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이 노후자산 투자 과정에서 리스크 검토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국민의힘에서도 미 조야에서 경제안보 또는 정무적 판단 하에 투자대상 기업과 관련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으로 제재 강도를 높일 위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중지이노라이트는 미국 정부에서 CMC로 지정한 이후 의회에서 중지이노라이트 사업 영역인 광트랜시버와 관련한 추가 제재를 입법하는 초당적 발의안이 나오며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투자내역 현황, 경위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자금 회수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