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미도 K주식 쉽게 사게"...거래문턱 낮추고 투자수요 넓혀야

김나경 기자
2026.10.26 16:40

[증시 대책의 조건] ③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영문 리서치 확대…해외 개인투자자 유치로 증시 수급 기반 넓혀야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정부는 주주권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 등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실제로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대책 성과를 점검하고, 세제·투자상품·거래제도·인프라 등에서 실효성을 높일 구체적 정책 대안을 살펴봤다.
10월 코스피 수급 동향/그래픽=윤선정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최근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해외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거래 편의성을 높일 투자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컨대 외국인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더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를 활성화하고 기업 영문 리서치 리포트(분석보고서)를 제공하는 등 기본적인 인프라 확충이 꼽힌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뉴욕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지만 거래 인프라와 투자정보 접근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국내기업에 대한 리서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에 관심이 많은 홍콩·대만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각국의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고,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참고할 지표와 리서치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개별 증권사 차원에서도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정보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야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이 기존 계좌를 가지고 국내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7일 금융투자업규정을 일부 개정해 외국인 주식통합계좌의 계좌개설 주체 요건을 완화했다. 올해 4월에는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외 증권사들이 외국인 통합계좌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정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 증권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가 도입된 지 8년 만인 지난해 8월 하나증권이 홍콩의 엠퍼러(Emperor)증권과 함께 투자 서비스를 개시했고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도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추가 지정받아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해외 증권사와의 접촉을 통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외국인 개인투자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투자정보 접근성과 거래 인프라는 숙제가 남았다. 한 증권사 해외법인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과 금융사들, 헬스케어·로보틱스 기업들에 대한 재무분석과 투자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원한다"며 "지금은 한국어로 된 리포트를 번역해 투자 포인트를 자체적으로 다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IB(투자은행)를 비롯한 '큰손'들은 자체적으로 리포트를 내기도 하고 정보를 얻을 채널이 많지만 국내시장에 관심이 큰 개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낮다.

외국인 큰손들의 이탈이 큰 와중에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에 의한 신규자금 유입도 쉽지 않은 배경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외 증권사의 고액 자산가 고객들이 국내시장에 관심이 많아 한국기업 IR(투자설명회)을 열어달라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증권사들이 이러한 고액 자산가 투자 수요에 맞추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에 먼저 제휴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외국인투자자 시장 접근성 제고 정책/그래픽=윤선정

해외자금을 유입하려면 금융당국의 정책이 투자자의 수요에 맞게 더 세밀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9월에야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외국인 통합계좌 거래대상을 ETF, ETN(상장지수증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고시했다. 올 상반기 국내 ETF 시장이 500조원 이상으로 커지는 도중에 외국인들이 통합계좌를 통해서는 투자할 수 없어 불편함이 컸던 셈이다.

코스닥 시장으로의 해외자금 유입을 위해 기업들의 핵심 원천인 지식재산에 대한 공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코스피 시장이나 대형 주도주로의 쏠림 완화를 위해 외국인들의 코스닥 기술기업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정희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식재산 비재무정보 공시 활성화 필요성' 보고서에서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지식재산과 무형자산을 기업 가치의 핵심 원천으로 보고 체계적이고 투명한 공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왔다"며 "지식재산 공시 내실화는 기업의 저평가 위험을 낮추고 자본조달 비용을 절감해 기업들의 성장자금 확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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