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요건을 강화하면서 업계 반발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주요 상장 방식으로 자리 잡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별다른 매출 없이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시가총액만으로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기술개발 단계, 사업화 전망 등을 반영하도록 평가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일부 코스닥 기업이 퇴출 위기에 놓이면서 평가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한다는 목적으로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했다. 올해 1월1일부터 상장폐지 시가총액 요건을 코스피 200억원, 코스닥 150억원으로 높였고, 당초 내년 1월 적용할 예정이던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 기준은 반년 앞당겨 지난 7월1일부터 적용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한 차례 더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업계 반발과 코스닥 시장 악화에 이어 법원이 시가총액 미달 기업의 상장폐지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 기준의 적용 시기를 내년 1월에서 7월로 반년 미뤘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도 유예하기로 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을 쏟아야 하는 등 재무적 특성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해 평가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52%에 달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매출이나 현금흐름, 재무건전성, 채무상환능력,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상장 후 5년 기준 초과수익률(보유기간 수익률에서 코스닥지수 수익률을 뺀 값)은 기술특례상장 기업 평균이 8.4%로 일반상장 기업(-5.4%)보다 높았다. 반면 중간값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54%로 일반상장 기업(-38%)보다 낮았다. 다수 기업은 부진했지만 소수 기업이 큰 성과를 냈다는 뜻이다. 실제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90% 분위 초과수익률은 123%, 상위 1%인 99% 분위는 1535%에 달해 일반상장 기업을 크게 앞질렀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술특례상장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는 데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이후 누적초과수익률 추이를 보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후 5년이 지난 구간에서 성과 개선이 크게 나타난다"며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의 특성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재무제표뿐 아니라 기술개발이 실제로 진전되고 사업화 가능성이 개선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시점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지속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구별할 수 있도록 기술성 평가가 정교해져야 한다"며 "상장 이후 매출과 이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시장의 평가를 받는 시가총액 요건을 활용할 수 있으나, 그 시장 가격은 충분한 정보와 합리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시가총액을 퇴출 기준으로 삼으려면 공시와 리서치의 질을 높이고, 퇴출 기준에 근접한 종목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