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UAE 바라카 원전 분쟁을 계기로 준비해 온 원전 수출 분쟁조정위원회의 기본안을 마련했다. 다만 체코 원전 갈등과 같은 공기업·민간기업 간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간기업을 조정 대상에 포함할지, 조정 결과에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분쟁조정위원회 기본안을 원전수출진흥법에 반영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1일 "제정을 추진 중인 원전수출진흥법에 중립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분쟁조정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원회 논의는 바라카 원전 사업의 공사비 분쟁에서 비롯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공기 연장과 추가 역무에 따른 1조원대 공사비 정산을 요구하며 지난해 5월 한국전력을 상대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양사는 산업부 권고에 따라 올해 3월 중재지를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변경하기로 했고, 한수원은 5월21일 중재를 신청했다.
최근에는 체코 원전 사업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갈등이 불거졌다.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 새 시공사 선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이 공식화되자 김 장관도 "갈등을 방치하여 공동의 약속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부 중재를 통한 재협상을 요청하자 산업부는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기업 간 상업적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새 조정기구의 역할과 권한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산업부가 지난 5월 공개한 원전수출진흥법 구상은 공공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정부 감독권 신설에 초점을 맞췄다.
체코처럼 민간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계약 분쟁까지 조정 대상에 포함할지, 조정 결과에 구속력을 부여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한전과 한수원이 바라카 분쟁 해결을 위해 논의한 분쟁조정위원회(DRB)도 당사자가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재나 소송 등 별도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조정기구 역시 가격 이견을 좁히는 데 한계를 보였다. 체코 협상에서 한수원과 시공사·설계사가 참여한 이견조정위원회는 6월30일부터 7월31일까지 11차례 열렸지만, 한수원에 따르면 실질적인 가격 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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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팀코리아에는 공적 영역의 기관과 수익 창출을 앞세우는 민간이 섞여 있다"며 "산업부가 조정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민간에 따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쟁을 줄이려면 조정기구 신설뿐 아니라 입찰 단계부터 위험 분담과 사업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은 총액확정 방식을 기본으로 공사비 증액과 토목 분야 실적정산을 제안했지만, 양측의 가격 차이는 1조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설계를 맡지 않는 시공사가 물량 증가 위험까지 떠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상용 건설 실적이 없는 APR1000의 특성상 설계 변경과 물량 증가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주체가 핵심 쟁점이었다.
정 교수는 "주주들이 있는 민간기업이 손해를 보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입찰 가격과 수익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은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수익성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고, 삼성물산 등의 참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입찰 조건과 위험 분담 구조를 재검토하고 민간기업이 참여한 계약 분쟁에도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정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