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비가 유능한 과학자 모두에게 골고루 지원됐다는 뉴스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의 KAIST인 상’을 수상한 김은준 생명과학과 석좌교수(51세·IBS 시냅스뇌질환 연구단장)는 “기초과학연구 선진화와 예비과학자 양성을 위해 기초과학연구비가 대폭 증액됐다는 뉴스가 2015년 말 10대 뉴스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시냅스 단백질과 뇌질환과의 관련된 연구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개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1995년 하버드 의대 박사후 과정 중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 전세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자폐증(1~2세 무렵부터 나타나는 유아 정신병)의 경우, 미국·유럽 등 전 세계 발병률은 1%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64%로 두 배가 넘는 수치고, ADHD와 같은 정신질환 발병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최신 의학 논문를 인용하며 “치료제 개발에 가교 역할을 하는 생명과학분야 기초과학연구를 절대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아 또는 아동기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발달장애에 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폐 유전자는 600종 가량 되는데 어느 유전자가 문제인지, 그 유전자가 정말 그 질환을 유발하는지 등을 하나하나 실험하고 규명하는 데 꼬박 3000년이 걸린다. 김 교수는 “다행히도 전 세계 수천여개 연구실이 기간 단축을 위해 실험을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며 “5년, 10년 안에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밝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명공학 분야 기초과학 뿌리가 약해 우리나라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과 기초과학연구자 수를 놓고 비교해도 우리나라 사이언스 파워는 10분 1 수준”이라며 “산술적으로 따져봐도 일본이 10개의 성과를 내놓을 때 우리는 1개 밖에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예비 과학자들의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는 제도가 많이 도입돼야 한다”며 “이들이 교수가 됐을 때도 ‘한우물 기초과학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애 전주기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기초과학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처럼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학을 하는데 월급도 받고, 또 궁극적으로 인류에 도움을 주게 되니 과학자처럼 보람되고 매력적인 직업이 또 어디 있겠나”라며 연구자 인생 마지막까지 후학 양성 등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 뿌리를 깊고 단단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부산대 약학과 학사(1986년)를 졸업하고, KAIST 생물공학과 석사(1988년)과정을 마친 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약학과 박사(1994년)를 받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1988년부터 3년간 재직했으며, 이후 미국 하바드 메디컬 스쿨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KAIST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3월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