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UNIST 특임교수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 강연
AI, '수읽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AI 활용 중요성 강조
알파고 제압한 '신의 한 수'는 인간 창의성…맹신은 말아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4대 1로 패한 것보다 충격적인 건 '3·3'(삼삼)이었습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는 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서울 강남구에서 주최한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알파고의 바둑이 (인간보다) 창의적으로 느껴졌다"라며 "알파고는 세 번째 수를 3·3에 뒀는데, 이는 한·중·일 수많은 프로기사의 기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다. 어릴 때부터 '두지 말라'고 배우는 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동시에 AI로 혁신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라고 덧붙였다.
3·3은 바둑판 귀에서 안쪽으로 세 번째 줄이 가로세로로 만나는 지점이다. 초반에 3·3을 차지하면 집은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상대가 바깥을 두텁게 둘러싸 주도권을 내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성급한 수'로 여겨 기피했지만, 알파고 등장 이후 새로운 전략으로 재평가됐다. '선수(先手)를 잡아 확실한 집을 챙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이후 알파고는 이 교수가 수를 읽기 어려운 수준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이 교수는 "2017년 (인간 기보를 전혀 학습하지 않은) '알파고 제로'가 두는 바둑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더라. 30년 바둑을 둔 제가 상대방이 둔 수를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상상 해봤겠나"라며 "다른 산업에서도 3·3이 명확히 보이지는 않을 거다. AI를 활용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알파고를 제압한 수 역시 의외성에서 나왔다. 이 교수는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로 알파고를 꺾으며 인간의 마지막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 교수는 "진짜 승부수는 68수다. 78수는 연결된 수순"이라며 "68수는 정수(올바른 수)가 아니어서 사람과의 대국이었다면 절대 두지 않았을 수"고 설명했다. 이어 "알파고에 버그를 일으키기 위해 둔 수로, 바둑 인생에서 정수가 아닌 수를 의도적으로 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며 "가장 인간적인 수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각 기사의 스타일을 의미하는 기풍(棋風)이 바둑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현재 세계 1위인 신진서 구단 이후 세대는 인간의 바둑이 아니라 AI의 바둑을 배우며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는 바둑계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국 초반 30~50수는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개인의 기풍과 창의성이 두드러지는 구간인데 현재는 AI가 제시하는 정답을 따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바둑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예술로, 승패는 부산물이었다"라며 "그러나 AI 시대가 오면서 바둑이 예술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