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세계가 지금 게임이 항해하는 새로운 우주입니다. 이런 우주 속에서 엔씨소프트의 모습은 어떨까요? 바깥에서는 엔씨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PC 시대 머물러있는 회사 아닌가 걱정합니다. '아폴로13호'가 했던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지난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4 지스타'를 앞두고 간담회에 나서 회사의 '위기설'을 직접 밝혔다.
김택진 대표는 "모바일게임 시대가 오면서 소작농의 시대로 돌입했다"며 "100의 매출 중 개발사로 오는 비중은 20~30%로 어떤 산업도 이런 구조로 건강하게 유지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는 이후 출시할 게임을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구현되는 멀티 플랫폼으로 구축하겠다"며 엔씨소프트만의 모바일게임 접근법을 밝혔다. 현 모바일게임 흐름에 올라타기보다 엔씨소프트만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미였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립된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 격 기업이다. 이듬해 '리니지' 출시 이후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리니지2', '아이온' 등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잇달아 성공하며, 연 매출 7000억 원 이상을 유지해왔다.
2012년 출시한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은 엔씨소프트가 해외사업으로 무게중심을 바꾸게 된 전환점이 됐다. 한때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전작만큼 오랜 기간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지는 못하면서 내수 기반의 사업 성장성에 부정적 평가가 나온 것.
마침 같은 해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한 '길드워2'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엔씨소프트는 길드워2에서만 그해 4분기에 164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 개발 프로젝트는 계속 지지부진하고, 국내에서도 블소를 대체할 후속 게임이 나타나지 않자 엔씨소프트는 해외 사업에 더욱 집중했다.
이때 해외시장 공략의 선봉장을 맡은 인물이 바로 김 대표의 부인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윤송이 사장이었다. 윤송이 사장은 블소 중국 진출, 길드워와 길드워2, 와일드스타 북미·유럽 출시 등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윤송이 사장이 이끌고 있는 북미 지주회사 엔씨웨스트 홀딩스는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의 18%(2014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김택진 대표는 3가지 악재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대응에 늦어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윤송이 사장, 김택헌 전무(동생) 등 가족 경영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다.
부인인 윤송이 사장이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데다, 2006년 엔씨재팬에 합류해 2009년 엔씨소프트 본사로 건너와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동생 김택헌 전무가 타깃이다.
윤송이 사장과 김택헌 전무는 오랜 기간 엔씨소프트에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부인이 회사의 전반을 좌지우지 한다는 비판이 회사 내·외곽에서 존재한다.
여기에 '믿었던' 넥슨과의 경영권 문제까지 겹친 것. 외견만 보면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김택진 대표에겐 최후의 무기가 있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개발진. 늘 개발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김택진 대표이기에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신망은 매우 두텁다.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도 '개발자 최우선주의'를 고집해 온 김 대표의 경영철학과 맞닿아있다.
넥슨과 혹여 적대적 M&A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사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김 대표가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예측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사태의 결과는 속단할 수 없지만 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토종 게임사와 CEO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