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얹은 푸드 O2O, 음식문화를 혁신하다

테크M 편집부
2015.10.12 09:14

다양하게 진화하는 푸드 O2O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지난 4월 개최한 ‘푸드테크 디파티’. 많은 참석자들이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직장인 A씨는 친구랑 약속할 때 장소를 정한 뒤 맛집 추천 앱에서 인근 맛집을 고른다. 블로거들이 올린 맛집 글도 참고하지만 추천 앱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휴일에 집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먹을 때는 배달 중개 앱을 사용한다. 전에는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식당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주문했는데 중개 앱으로 바꿨다. 회사 안에서 회식할 때는 음식 배달 앱을 이용해 싱싱한 회를 주문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음식 유통방식이나 소비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맛집 정보를 폰에서 바로바로 찾는 것은 물론이고 폰에서 주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아직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유기농 농산물을 폰에서 주문해 농부와 직거래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주문해놓고 매장으로 가서 가져오는 소비자도 있다. 식재료와 레시피를 통째로 배달받아 집에서 레스토랑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푸드 O2O(Online to Offline)’가 뜨고 있다. 음식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음식(food)’과 ‘기술(tech)’을 결합한다는 의미에서 ‘푸드테크’라고도 하고, 음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다는 뜻으로 푸드 O2O라고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맛집 정보를 찾고 예약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푸드테크는 음식문화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좀 더 넓게 보면 푸드테크는 거대한 혁신 움직임의 일부이다. 세계는 지금 ‘모바일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기존 산업이나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패션에서는 패션테크, 교육에서는 에듀테크, 금융에서는 핀테크…. 모바일 산업혁명이 확산됨에 따라 지금 잘나가는 산업, 지금 잘나가는 기업도 혁신하지 않으면 밀려나는 판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플러스’란 이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산업이나 서비스에 인터넷을 결합함으로써 혁신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산업화가 늦어 전통산업에서는 선진국에 뒤졌다. 인터넷 플러스를 기치로 내건 것은 퀀텀점프(대약진)를 해 선진국을 단숨에 뛰어넘기 위해서다. 푸드테크는 인터넷 플러스의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푸드테크 또는 푸드 O2O 서비스 중에는 종래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것을 모바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한 것도 있지만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도 적지 않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고, 유통을 혁신하기도 하고, 소비를 혁신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음식 유통이 투명해지고 필요한 음식을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포잉, 헬로네이처 등 혁신 서비스 잇따라

국내에서 푸드테크 혁신이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꼽기는 어렵지만 김봉진 대표가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해 ‘배달의민족’이란 서비스를 시작한 게 2011년이니 오래 됐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당시만 해도 푸드테크란 용어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푸드테크 범주에 꼽을 만한 서비스도 배달의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나 ‘포잉’, ‘윙스푼’. ‘식신’ 등 맛집을 찾아주고 리뷰를 올리는 서비스 정도에 그쳤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디캠프가 지난 4월 개최한 ‘푸드테크 디파티’는 푸드테크 전환점이 됐다. 디파티를 계기로 언론은 푸드테크 기사를 연일 쏟아냈고 푸드테크란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푸드테크 디파티에서는 대상과 같은 전통 식품업체와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이 추진하는 서비스를 발표했고 행사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네트워킹 파티를 즐겼다.

가장 주목 받은 브랜드는 트러스트어스의 ‘포잉’이었다. 정범진 트러스트어스 대표는 “믿을 만한 브랜드, 아시아 최고 외식 그룹이 되자는 비전으로 2012년 창업했다”고 발표했다.

트러스트어스는 온라인 레스토랑 미디어인 포잉, 레스토랑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 레스토랑 촬영 에이전시, 케이터링, 쿠킹 클래스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아블라컴퍼니로부터 포잉 브랜드를 인수해 레스토랑 통합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신선식품 산지배송 서비스 사업자인 헬로네이처 역시 트러스트어스와 같은 2012년에 창업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박병렬 헬로네이처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신선한 식품을 생산농가에서 직접 받아 오늘 주문하면 오늘 수확해 내일 받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300명의 고객을 만나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했고 2년 동안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서 600여 개 생산농가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해먹남녀’ 서비스를 하는 바이탈힌트의 정지웅 대표는 “쿡방(요리방송) 전성기를 맞았지만 모바일 세대에 맞는 채널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해먹남녀를 만들었다”며 “2020년까지 음식계의 네이버가 되겠다”고 말했다.

해먹남녀는 폰이나 웹에서 맘에 드는 음식을 발견한 뒤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1000개가 넘는 레시피가 올려져 있다. ‘내가 가진 재료로 레시피 추천받기’ 기능도 있다.

푸드테크,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중

푸드테크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치킨, 피자 등 배달음식을 폰으로 주문하는 음식 주문 서비스,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추천도 해 주는 맛집 정보 서비스, 회와 같이 배달이 안 되는 식당 음식을 대신 배달해주는 배달 대행 서비스, 폰으로 식당을 예약하는 서비스, 폰으로 주문한 뒤 매장을 방문해 바로 찾아가거나 먹을 수 있는 서비스, 식재료를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 농산물 직거래 서비스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푸드테크가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했다. 치킨, 피자 등을 폰으로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이 있다. 종래 냉장고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고 전화로 주문하던 것을 스마트폰에서 찾아 주문하게 바꿨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요기요가 대대적으로 TV 광고를 내고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제로”를 선언하면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내에서는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추천하는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했다. 종래 웹에서 즐겨 이용했던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으로 옮긴 셈이다. ‘메뉴판’, ‘식신’, ‘망고플레이트’ 등은 사용자 참여를 토대로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다이닝코드’, ‘시럽테이블’ 등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맛집 정보를 제공한다. 포잉과 식신은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데 머물지 않고 식당 예약을 대신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는 배달 대행 서비스로 진화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6월 서울 송파구에서 ‘배민라이더스’란 이름의 외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회, 삼계탕, 불고기, 닭볶음탕, 수제버거 등이다. 중국 어러머가 2009년에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260개 도시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이밖에 배달 대행 서비스로 ‘푸드플라이’, ‘부탁해’ 등도 있다.

식재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로는 ‘마켓컬리’, ‘푸드마스’ 등이 있다. 마켓컬리는 양파, 사과, 파프리카, 브로콜리, 쌈채소 등 유기농 농산물을 밤 9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해주는 걸 모토로 내걸었다.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해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코나마스는 레시피에 맞는 식재료를 택배회사를 통해 배송해주는 푸드마스라는 식재료 배송 중개 서비스를 한다. 조리법도 함께 제공한다.

주변 매장을 찾아 폰으로 미리 주문·결제하고 매장을 방문해 바로 찾아서 먹을 수 있는 모바일 주문 서비스도 등장했다. ‘시럽오더’, ‘포켓오더’ 등이 대표적이다. 시럽오더는 지난해 SK플래닛이 내놓은 서비스로 카페베네, 네스카페 등과 제휴를 맺었다. 반경 500m 안에 있는 제휴 매장을 선택해 주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선 주문 서비스다. 매장에 가서 굳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강점이다.

모바일 결제 활성화가 선결과제

푸드테크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좀 더 정확한 먹거리 정보를 좀 더 쉽게 얻으려 할 테고, 좀 더 쉽게 구매하고 좀 더 쉽게 결제하려 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직거래를 통해 믿을 만한 먹거리를 적정 가격에 사고팔려고 할 것이다. 창업자들은 이런 바람에 맞춰 다양한 푸드테크 서비스를 시도해 음식문화 식당문화를 혁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푸드테크와 관련해 두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하나는 모바일 결제다. 각종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간편하고 안전한 모바일 결제가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에서는 이미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됐다. 한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아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식품 안전이다. 푸드테크는 테크를 활용하는 사업이긴 하나 먹거리에 관한 사업이다. 식품 안전이 중요하고 소비자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거리 사업에서는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도 신뢰를 잃으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테크를 활용해 혁신을 꾀하는 한편, 꾸준히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글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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