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우리에게 묻다

류준영, 김지민 기자
2016.03.16 03:00

[이세돌 vs 알파고]관련 투자·인재·산업기반 부실…"인간과 AI 공존법 연구 서둘러야"

'AI 로봇'/사진=bipb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끝났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알파고(구글 AI)'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선진 AI 기술력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앞으로 펼쳐질 AI 세상에 비춰 보면 이번 대국에서 보여준 AI의 위력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해외 기업들은 저마다 미래를 내다보고 AI 투자에 한창이다. 이제라도 AI 혁신의 거대한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가 제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돼 로봇과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재앙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함께 흘러나온다. 미래사회에 대비한 사회경제 시스템의 고찰이 필요하다.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다.

◇韓 미래를 묻다=우리나라의 AI 기술은 미국에 2.6년 뒤떨어져 있다. 가까운 일본과 영국·독일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다방면에 걸친 연구와 제품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휴보(인간형 로봇) 아빠' 오준호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국내에선 '당장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로봇, AI 분야 투자를 망설인다"고 꼬집었다.

전문 인재 양성도 풀어야 될 숙제다. 가상현실(VR) 등 미래형 산업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AI 분야에 우수 인력이 나오더라도 이들이 AI와 연관된 R&D 프로젝트를 진행할 민간 부문의 산업 기반은 부실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AI 관련 기업 수는 약 24~64개로, 세계 AI 관련 스타트업 수 대비 2.5~6.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소장은 "이제부터라도 AI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라며 "특히 로봇, 전염병 및 기상 예측, 웨어러블(착용형)기기 등 여러 산업에 과감히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2국 대국장 내 사진.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아자 황 박사(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사진=구글코리아

◇기계가 '인간'을 묻다=이번 대국은 AI 로봇과의 공생시대를 열기 위해 인류가 AI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교통사고나 투자 AI의 판단착오로 수백억을 날린 사례 등 기술적 오류부터 사생활 침해 등의 범죄 악용 가능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교해진 AI는 화이트컬러(지식노동자)를 위협한다. AI 발전으로 5년 내 선진국 일자리 500만개가 감소할 것이란 내용의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도 있다. 새로운 사회계약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양에선 이미 로봇을 보유한 이들에게 '로봇세'를 부과하고, 실직자들에겐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

알파고는 우리 사회에 철학적 숙제도 남겼다. 인간의 사고 영역까지 AI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수천년 이어왔던 인류의 역할과 사회 규범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고. 백종현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장은 "AI·VR 등 관련 과학기술 연구를 진행할 때 윤리규범이나 법령을 제정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며 "인간과 AI 공존법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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