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남북간 과학기술 협력 물꼬가 트일 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과학 분야 성과를 토대로 한 경제적 자립 구축’을 강조하며 남북 간 과학기술 협력사업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때문에 이번 남북 대화로 10년 넘게 끊겼던 남북 공동연구의 끈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기대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 건립 재추진, 백두산화산연구전담센터 신설 등 남북간 공고한 협력채널 복원 및 구축을 위한 논의 준비에 착수했다.
◇北 일부기술 선진국 수준…국제 공동 연구논문 출원도 활발=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북한은 과학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자립경제 발전의 지름길은 과학기술을 앞세우고 경제작전과 지휘를 혁신하는 데 있다”며 과학기술을 우선순위에 뒀다.
북한이 확보한 일부 기술 중에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것이 많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서비스실 NK테크사업단이 지난해 북한의 특허동향을 모은 발명정보를 분석한 결과, 첨단통신기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대형 공장의 생산공정을 효율화할 수 있는 분산형컴퓨터조종체계(DCS) 개발에도 성공했다. 전력공업성 전력정보연구소가 개발한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불야경 1.0)는 국가 단위에서 전력의 생산·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북한 전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북한에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 지하가스를 이용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만들고 이를 합성해 필요한 화학물질을 얻는 탄소하나(C1)화학공업기지도 건설되고 있다. 태양광 전지 유람선(옥류) 등도 제작, 친환경기술 부문에서도 다양한 시도 중이다.
최현규 KISTI NK테크사업단장은 “이전 남북공동연구가 북측 기술을 고려해 주로 한반도 천연물 등 자원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기술 전방위로 협력연구가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의 국제 공동연구도 눈에 띄게 활발하다. 북한이 발표한 국제협력논문 260편 중 86.5%는 중국, 호주,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연구진과 함께 한 논문들이다. 변학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은 과학기술을 이용한 남북 교류협력에 관심이 크고, 북한은 우리 측에 수차례 과학기술을 활용한 공동사업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두산 화산·미세먼지 등 공동연구’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 건립될까=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남북간 화해 무드를 계기로 그간 단절된 협력채널 복원에 우선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간 주도로 중국 등 제3국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백두산 지진·화산 국제학술대회 개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천연물 신약 치료제 개발 등이다.
특히 2007년 11월 남북 총리회담에서 합의했던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 건립을 재추진하고 정례협의체 구성도 재협의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백두산화산연구전담센터 구축을 위해 관계기관들과 협의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백두산 화산, 감염병, 미세먼지를 포함한 기후변화 등 남북 양측이 함께 당면한 이슈를 해결하고 동반 혁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구체적 실행안을 마련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