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등급'이 불러온 통신대란

김주현 기자
2018.12.06 04:00

"D등급 통신구에서 불났다고 서울 5분의 1 지역에 통신 마비가 왔으니… 예방주사 세게 맞은 거죠."

지난달 24일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난 화재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중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서울의 25%에 달하는 지역에서 KT 유무선 통신이 단절돼 적잖은 이용자들이 피해를 봤다. '통신재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중요한 통신구였음에도 스프링클러 등 제대로 된 소방장치가 없었다. 정부 감독이 필요없는 'D' 등급 시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시설의 영향권 범위에 따라 A~D등급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마련해뒀다. 권역 규모 시설은 A등급, 광역시·도 규모 시설은 B등급, 3개 이상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면 C등급, 단일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면 D등급이다. 등급분류는 통신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한다. KT는 아현지사를 D등급으로 분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KT는 등급을 올려 신고할 예정이었다고 말하지만, C등급으로 분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KT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피해 지역은 중구·서대문구·은평구·마포구·용산구 등 서울 내 5개구다. 그러나 영등포구나 고양시 덕양구까지도 통신 장애가 있었다는 제보가 속출했다. 국사 최적화 과정에서 아현지사에 통신시설이 추가됐고 관할지역이 넓어졌다지만, 뒷말이 나온다. 뒤늦게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아현지사는 C등급으로 분류되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명확한 현황을 신고해야 할 사업자도, 관리 감독을 게을리한 정부도 책임이 적지않다.

지금도 여전히 땅 속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시작된 시점에서 이같은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A~D등급 통신시설과 통신구, IDC센터 등의 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화재 원인 규명과 미흡했던 통신시설 안전 관리체계 점검, 등급분류 적정성 확인, 우회로 확보, 소방설비 설치 등 재난대응 체계를 제대로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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