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자가격리 담당자입니다. 문 앞에 위생물품과 안내문 배부 예정입니다.”
직장인 김교민씨(가명)는 전날 밤 퇴근 후 자가격리 통지 문자를 받았다. 본인이 알아채지 못한 사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와 같은 식당 옆자리에서 식사를 해 자가격리자로 지정됐다고 했다.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오늘 오후. 김씨는 3시간 만에 확진자 동선을 토대로 자가격리자로 지정된 셈이다. 그는 안내에 따라 자가격리 안전보호앱을 설치했고 하루 2번씩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입력했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접촉 여부를 어떻게 이처럼 짧은 시간에 알 수 있었을까.
지난달 16일부터 시범운영 중인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 덕분이다. 스마트시티 빅데이터와 이동통신 위치추적 기술 등이 결합돼 확진자 이동경로를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가 한국의 스마트 방역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여러 국가와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 공유를 요청할 정도다.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 도입으로 수일이 걸리던 확진자 역학조사가 반나절로 확 줄었고, 약 6만명에 달하는 자가격리자가 별도의 격리시설이 아닌 집에 머물면서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전세계 최강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에 기반한 ‘K 방역 시스템’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초 질병관리본부의 확진자 동선 파악은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하는 탓에 수일이 소요됐다. 예를 들어 질본이 A씨를 확진자로 판별하면 경찰청에 A씨의 동선 확인을 요청하고, 경찰청은 이동통신사에 A씨 동선 자료를 요구한다. 반면 이번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은 ‘질본→경찰청→이통사’의 단계를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연계 방식으로 자동화했다. 수일이 걸리던 처리 과정은 10분으로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함께 제공돼 확진자 감염 경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외신들의 취재 요청도 쇄도했다. 지난 10일에는 정부가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스페인과 덴마크 등 전세계 국가의 77개 외신은 기술 관련 질문을 포함해 개인정보 남용 우려는 없는지, 향후 해외국가와 협력 계획은 있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 6만명의 자가격리자가 이용하는 자가격리 앱도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자가격리자 수가 늘어나면서 지자체에서 직접 자가격리자 집을 찾아 상태를 진단하거나 격리지역 이탈 여부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앱으로 관리하면 별도 격리 수용시설이 없더라도 자가격리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거주지 이탈 유무를 파악해 관리할 수 있다.
해외입국자 또는 국내 확진자의 접촉자 등 자가격리자는 정부의 ‘안전보호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한다. 격리자는 매일 2회 체온과 호흡기 증상 등을 진단해 앱에 입력해야한다. 입력사항은 전담공무원에 자동통보된다. 격리장소를 이탈하면 격리자와 공무원 모두에게 알림도 울린다.
한국의 ICT 방역 시스템은 이제 글로벌 전염병 대응 공조의 근간으로 주목받는다. KT가 국제사회에 제안했던 GEPP(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GEPP는 휴대전화 로밍 데이터와 기지국 이동정보를 검역에 활용해 전염병 확산을 막자는 게 골자다.
휴대전화 로밍 데이터를 보면 발병지 혹은 오염지역을 다녀왔는지 알 수 있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역으로 출국하는 여행객들에겐 전염병정보와 예방수칙을 알리는 동시에 입국시 능동감시 대상자를 추려낼 수 있다. 질본은 국내 이통 3사와 손잡고 이동통신 로밍 및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방역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감염병 위험정보를 제공하고 위급 상황 발생에만 모든 이용자의 방문정보를 파악해 서비스한다. 이 시스템 덕에 질본은 발생국 경유자 검역률을 2017년 5월 36.5%에서 지난해 8월 90.4%로 끌어올렸다.
다른 국가들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KT 관계자는 “2016년부터 국제사회에 동참을 호소했지만 프라이버시 우려 등으로 주요 국가들이 소극적이어서 큰 진전은 없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마다 글로벌 공조에 대한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