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여혐 논란' 누구 탓?…"사회적 책임 필요"vs"작가 상상력 검열"

이진욱 기자
2020.09.19 10:00
네이버웹툰 '소녀재판'

"정부든 시민단체든 지나친 콘텐츠 검열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스스로 가두게 만든다." VS "웹툰이 대중 미디어로 자리잡고 영향력도 커졌다. 작가들도 달라진 시대에 걸맞는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지난달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것을 시작으로 인기 웹툰 작품들이 줄줄이 여성혐오 혹은 선정·폭력성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들 웹툰의 연재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까지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웹툰 작가들은 물론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복학왕·헬퍼·소녀재판 등 인기웹툰 줄줄이 비판 도마위로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한 웹툰 '복학왕'이 발단이다. 여주인공이 20살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입사하는 듯한 묘사로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다.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로까지 번지저, 기안84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웹툰 '헬퍼2:킬베로스'도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강간미수인 장면이 나오고, 살해와 고문 장면들이 잔인하게 묘사돼 문제가 됐다. 또 작품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성을 대가성으로 이용하거나 남성 캐릭터에 의해 상품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작가 삭은 사과문을 통해 “당분간 잠시 쉬며 재정비 시간을 갖겠다”며 휴재를 예고했다.

네이버 웹툰 지상최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소녀재판'도 선정성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주인공 여자 고등학생이 남자 주인공의 약점을 빌미로 성폭력을 가하는 설정이 아이들의 성 가치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소녀재판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된 상태다.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
"달라진 시대, 웹툰 작가도 책임감 가져야" VS "지나친 독자검열이 웹툰 산업 망칠 것"

웹툰 검열 논란을 두고 일부 이용자와 웹툰 업계에선 한국 웹툰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호령할 정도로 위상이 커진 상황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웹툰은 만화 장르의 특성상 TV 드라마나 영화 등에 비해 콘텐츠 표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 웹툰은 대중적 콘텐츠 미디어로 자리잡고, 특히 누구든 쉽게 작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높아졌다. 과거 '만화방'에서나 소비되던 매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작가들 역시 콘텐츠 영향력에 따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더욱이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시되는 등 가치 판단 기준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만화 작품 역시 일정부분 사회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웹툰 장면에 대한 무차별적인 논란이 작가들의 상상력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웹툰 산업을 자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과 함께' 원작자인 웹툰 작가 주호민은 최근 불거진 일부 웹툰 콘텐츠 검열 논란에 대해 "시민독재 시대가 열렸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18일 새벽 트위치에서 생방송 중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건 굉장히 큰 문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라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 그렇지 않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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