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빅딜에도 웃지못하는 국내 VC들, 속사정 보니

조성훈 기자
2020.12.30 05:03
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최종 인수키로 함에따라 배민 지분 87%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들도 잭팟을 떠뜨리게됐다. 그러나 지분율이 높은 재무적투자자들은 대부분 중국과 미국 등 외국계로 국내 투자사들 지분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 벤처캐피탈(VC)과 투자은행(IB) 업계가 좀 더 과감하게 국내 유망기업 발굴과 투자에 나서야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DH가 40억달러에 인수키로한 우아한형제들 지분중 87%는 재무적 투자자가 차지한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는 중국계인 힐하우스캐피탈그룹(23.9%)이며 미국계 알토스벤처스(20.2%+10.7%), 골드만삭스(12.1%) 등이 주요 주주다. 반면 국내투자자로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창업한 VC 본엔젤스파트너스가 6.3%, 네이버가 5.03% 정도다. 김봉진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 지분은 13%이며 이는 DH 지분으로 맞교환된다.

재무적 투자자 지분 87%중 상당부분 해외투자자

우아한형제들은 창업초기인 2011년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3억원의 초기투자에 이어 2012년과 2014년 각각 국내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국내 자본을 수혈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1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는 알토스벤처스(2014년 120억원), 골드만삭스(2014년 400억원), 힐하우스캐피탈(2016년 570억원, 2018년 3600억원) 등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나왔다. 국내 기업으로는 2017년 전략적 투자자로 나선 네이버(350억원) 정도만 눈에 띈다. 초기 투자했던 IMM과 스톤브릿지 등 사모펀드는 2017년 힐하우스캐피탈에 구주를 매각했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이사회 의장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배달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이 당장 수익창출보다는 시스템 확충과 배달 인프라 구축 등에 매진했다"며 "특히 요기요, 배달통 등과의 마케팅 경쟁이 격화됨에따라 필요한 자금 상당부분을 외부 투자로 충당했는데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유치가 이어지면서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의 지분도 9.9%까지 희석돼, 재무적 투자자 지분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안정적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우아한형제들 지분 상당수를 선구안을 갖고 과감히 투자한 외국 자본이 차지한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대박 엑시트(EXIT, 투자회수) 기회에도 국내 VC들은 소외된 이유다.

국내 VC 들 역량, 경험부족...과단성 키우고 투자 늘려야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국내 VC의 좁은 시야와 경험·자본력 부족 등을 지적한다. 특히 단기간에 수익창출 요구받는 국내 VC의 구조적 한계도 거론된다. 국내 유명 창투사 관계자는 "솔직히 배민이 급성장하면서 회사 밸류에이션이 높아지자 국내 투자자들은 당장 이 밸류로 엑시트가 가능할지 부터 우려했다"면서 "국내 상장만 생각하다보니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았던 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쿠팡의 성장사례를 보면서 해외기업으로 매각 형태의 엑시트까지도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 당시에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국내 펀드도 없었다"면서 "외국투자사들은 수백에서 수천억 투자가 가능한 자본력을 갖춰 규모에서 부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VC 관계자는 "국내 투자사들은 배민과같은 스타트업 성공사례를 경험하지 못한 반면 해외투자사들은 나스닥을 통해 다양한 유니콘 투자를 하면서 경험을 축적해왔다"면서 "발을 담그고 있는 시장 사이즈의 차이로 인한 한계는 어쩔수 없다고 쳐도 우리가 더 잘아는 유망기업이었던 만큼 좀더 장기적 안목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설 필요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우아한형제들의 매각성공이 국내 투자업계의 소극적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사실 한국의 음식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투자과실을 우리 투자사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최근 모태펀드 등 국내 투자업계도 유망 스타트업에대해 투자규모를 키우는 이른바 스케일업 투자에 나서는데 이번 우아한형제들 매각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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