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는 '시어머니' 격인 감독기관이 많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콜)을 몰아준다는 택시업계 지적이 일자, 경기도·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부터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제각각 규제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여러 부처에 관여하다 보니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벌어진다. 특히 교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ICT신산업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가 자주 충돌한다.
일례로 국토부에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신설하는 '모빌리티활성화법'에 과기정통부는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ICT융합 규제샌드박스와 중복이라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모빌리티 전문성이 높은 부처가 규제샌드박스를 맡아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과기정통부는 "모빌리티처럼 여러 부처가 관련된 복합규제 분야의 신기술·서비스 규제특례는 현행 체계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누가 모빌리티 신산업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지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 마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1년 이상 계류된 상태다.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청회 개최 일정이 불투명해 연내 법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국토부는 자율주행차 통신표준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이에 정부가 한국판 디지털 뉴딜 일환으로 추진하던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이 한때 좌초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간 통신 시스템인 C-ITS를 어떤 기술로 구현하느냐를 두고 과기정통부와 국토부가 평행선을 달렸다. 국토부는 단거리무선통신기술(DSRC·WAVE)을, 과기정통부는 셀룰러기반차량·사물통신인 LTE-V2X 방식을 주장했다.
급기야 기획재정부가 C-ITS 사업계획을 보류하기로 하자, 10개 중소·중견기업은 'C-ITS 조기 활성화를 위한 얼라이언스'를 결성, "정책 혼선으로 막대한 손실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 호소했다. 결국 과기정통부와 국토부는 두 기술에 대한 실증을 모두 진행해 2022년 말 표준을 정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모빌리티 협회에 가입하면서 국토부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라며 "자율주행차 통신표준처럼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하면 사업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대관 인력도 충분치 않은데 이곳저곳 불려 다니다 사업 개시가 늦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담당자마다 다른 얘기를 해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융복합 산업 특성상 이런 부처갈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는 국토부·산업부·행정안전부·교육부·경찰청 등이 관여하고 있으며 전기차 산업은 국토부·산업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에 걸쳐있다. 이에 업계에선 모빌리티 컨트롤타워 설립을 요구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모빌리티 산업 범위가 넓은 데다, 부처마다 고유업무가 있다 보니 단일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다"며 "예컨대 국토부가 경찰청의 단속 권한까지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네거티브규제를 하겠다고 하지만, 택시 등 기존사업자 단체의 반대가 심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부처를 넘어선 갈등조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보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디지털경제부'(가칭) 설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업계에선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산업 기능을 한데 모은 부처와 부총리급 장관직을 신설해 중복규제 문제를 해소하고 신산업을 진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역시 '모빌리티 신산업 동향 및 쟁점, 그리고 정부의 역할' 보고서에서 "다양한 부처와 이해관계자가 규제 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환경을 조성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라며 "모빌리티 신사업 이슈는 사안별로 단발적인 대처 방안을 넘어서는 정부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는 "소관부처는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이해관계자들의 편에 서기 쉬운 만큼 디지털경제부, 디지털경제수석과 같은 부처 이외의 갈등조정기구가 필요하다"라며 "또 규제샌드박스 역시 부처 힘만으론 진행하기 어려워 '신산업 규제개선 지원센터'(가칭) 등 규제 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민하는 전문기관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