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2월 남극 반도 시모어 섬. 남극 기상 관측 이래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관측된 남극의 평균 기온은 15.5℃. 지난 40여 년간 평균 기온보다 14.6℃ 높은 수치였다. 당일 시모어 섬 다른 관측소에선 20.7℃라는 비공식 기록이 나왔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극지연구소는 28일 김성중 대기연구본부 박사 연구팀이 2년 4개월 전 남극 반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의 원인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환경과학 특별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당시 이상고온 발생일과 이전 며칠을 분석한 결과, 시모어 섬 지역의 기온 상승이 푄(Foehn) 현상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푄 현상이란 바람이 산맥을 가로지를 때 산등성이를 넘어 하강하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시모어 섬은 남극 반도 북동쪽에 위치한다. 당시 강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일었고, 이 바람이 남극 반도에서 남-북 방향으로 펼쳐진 산맥을 지나오면서 푄 현상을 만든 것이다. 남극 반도 동쪽으로 고온건조한 열이 꾸준히 공급돼 전례 없던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당시 서남극 전체에 온난화가 나타나 세종과학기지 주변도 영상 8.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종과학기지는 북서쪽으로 250㎞ 떨어져 푄 현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남극의 이상고온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극과학기지에서도 올해 최고 기온을 연이어 경신했다. 지난 2월 세종과학기지 13.9℃, 지난 3월 장보고과학기지가 8.8℃를 기록했다. 특히 장보고과학기지에서 3월에 영상 온도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남극 최고 기온은 아르헨티나 에스페란사 기지에서 관측된 18.3℃다.
김성중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이상고온 현상의 출현 빈도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극단적인 고온 현상들이 지구온난화와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1988년부터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은 기후변화와 해양, 대기, 오존층, 유용생물자원 등 연구뿐만 아니라 펭귄과 남극조류에 대한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4년 준공된 장보고과학기지에선 지형과 지질 조사와 우주과학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