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돈 버는 유튜버'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유튜브 통계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한국 국민 529명당 1명이 수익을 내는 '전업 크리에이터'였을 정도다. 특히 영상을 담을 카메라와 콘텐츠 제작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1인 미디어'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1인 미디어 과열 경쟁은 자극적 콘텐츠를 양산하고, 특히 아동·청소년이 편견과 혐오 표현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거나 범죄의 타깃이 되는 부작용이 극심하다.
10년간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연구해 온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1인 미디어에서는 폭력을 유희적 요소로 작용하면서 청소년이 받아들이는 '폭력 허용성'의 범위가 넓어지고, 가치관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언론학을 전공하고 과거 미주중앙일보 기자로도 일했던 미디어 전문가다. 2012년 4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합류한 이후 10여년 간 청소년 미디어 연구에 주력해 왔다. 처음에는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주변의 호응이 크지 않았다. 그는 "2014년 청소년 미디어 교육 제도화 방안 연구를 제안했는데, 주변에서 대놓고 '그런 건 뭐하러 하냐'며 면박을 주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연구를 고집할수록 문제의식은 더욱 뚜렷해졌다. 낮은 진입장벽 탓에 경쟁이 심화된 1인 미디어는 폭력적인 콘텐츠에 몰두하는 양상이었는데, 이는 다수 일반 대중이 아닌 특정 집단만 소비해도 단기간 수익 창출에는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일부 유튜버들은 성별간 혐오나 외국인 비하 콘텐츠를 여과없이 쏟아냈고, 이 같은 유해 콘텐츠의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이었다.
배 연구위원은 "1인 미디어는 대중매체처럼 다수를 끌어안기 위한 콘텐츠가 아닌 특정 집단을 콘텐츠 소비자로 만들어 그 영역의 보유지분을 구축한다"며 "결과적으로 욕설이나 혐오표현 비중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게이트키핑이 없는 1인 미디어는 걸러지지 않은 '날것'의 콘텐츠를 반복 노출한다"며, 이 과정에서 자기통제력이 비교적 미약한 청소년은 사이버 폭력 콘텐츠에 노출 빈도가 잦을수록 둔감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배 연구위원은 "또래동조화가 강한 청소년기엔 집단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을 경우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콘텐츠에서 학습한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쉽게 모방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올 4월 발표한 '2021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초교 4학년~고교 3학년)의 사이버 폭력 경험률은 29.2%로 성인(15.7%)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또 2020년 같은 조사에선 학부모(92.6%)와 교사(91.3%) 대부분이 "학생에게 사이버폭력 관련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상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지목했다.
배 연구위원은 청소년 미디어 교육의 주된 목표를 '미디어 활용 능력'에서 '비판적 이해 능력'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그가 수행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대상 미디어 교육은 △네티켓 △개인정보 보호 교육 △동영상 제작 등에 치중하는 형편이었다. 반면 1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최근 3년 내 미디어 콘텐츠의 비판적 이해 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중학생 47.4%, 고등학생 42.0%)였다.
부작용이 심하다고 10대를 유튜브에서 떼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배 연구위원은 "1인 미디어의 긍정적 효과도 있는데, 이를 무턱대고 규제하는 것도 문제"라며 "청소년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의 의도, 내용의 참 거짓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차원에서 초등학생은 네티켓, 중·고교생은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과 의미 등 미디어 본질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비판적 이해 역량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타 교육 분야처럼 미디어 교육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어린 청소년일수록 부모의 미디어 이용 지도 능력에 따라 자녀의 스마트폰 의존도, 미디어 오남용 가능성 등이 좌우될 수 있어서다. 그는 "부모님이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해야 아이와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설득할 수 있다"며 "유튜브 이용시간 제한 등 물리적 방식의 지도가 아닌, 아이와 협의하면서 미디어 이용의 장단점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꾸도록 학부모를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걸맞은 법·규제 정비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배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은 점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반면, 이에 맞춰서 법제 마련의 속도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사회적 이슈가 발생한 뒤에 따라가는 사후처리식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