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 DNA를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로, 물질을 지날 때 화학적 결합을 끊는 특징이 있다. 방사선 선량에 따라 DNA가 얼마나 손상되는지 예측하면, 방사선 치료 때 미치는 인체 영향 등을 사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선 DNA 손상 정밀 예측모델'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려면 보통 40~50년에 걸쳐 추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기간이 길고 정밀 추적이 쉽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방사선 손상을 '모델링 앤 시뮬레이션' 기술로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미국항공우주부(NASA)와 유럽우주국(ESA),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방사선으로 인해 손상되는 DNA, 단백질 등을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이번 모델 구축을 위해 복잡한 DNA 구조를 '굵은 알갱이 모형'(Coarse Grained)으로 변환했다.
실제 DNA 구조는 개별 원자들로 표현되지만, 굵은 알갱이 모형은 보다 큰 단위로 묶여 있다. 굵은 알갱이 모형을 이용하면 각 원자 사이의 여백 공간에 미치는 방사선량까지 볼 수 있다. 기존 기술은 추적 연구를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사전 데이터가 없는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 DNA뿐만 아니라 아미노산, 단백질 구조의 손상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원자별 손상 값을 독립적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기존 대비 방사선 손상 위치와 종류까지 정밀 판별할 수 있다.
정종현 첨단방사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국제적으로 새롭게 부상한 방사선 '모델링 앤 시뮬레이션' 기술 분야"라며 "방사선 손상 시뮬레이션은 원자력 외에도 우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모델은 DNA 수준에서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이번 DNA 모델을 시작으로, 개체 전체에 대한 방사선 손상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원천 기술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