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 달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중복감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항우연을 비롯한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국가정보원·감사원·과기정통부·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이다. 연구 현장에선 지난해 25개 출연연에 대한 중복감사를 줄이겠다며 출범한 NST 산하 '감사위원회' 역할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기술유출 의심 신고'에 따라 항우연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연구진 10여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으로 이직을 결정함에 따라 기술유출 여부를 파악하는 목적이다. 이보다 먼저 관련 사안으로 국정원 감사까지 받았던 항우연이 재차 감사를 받고 있다.
연구 현장에선 특정 의혹에 대한 고강도·신속 조사는 필요하지만 거듭된 감사로 연구활동이 위축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25개 과학기술 출연연을 지원·관리하는 NST는 지난해 2월 '감사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 출범 목적은 출연연별 내부 감사 기능을 NST로 일원화하고, 과기정통부 등의 중복감사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예방 중심 감사를 통한 연구몰입 환경 조성이 목표였다.
당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법'(과기출연기관법)이 개정됐고, 출연연별 자체 내부감사 기능은 NST로 이관됐다. 여기에 NST는 과기정통부와 역할 중복이 있을 수 있는 만큼, NST가 과기정통부의 출연연 감사기능을 가져와 연구 현장 부담을 덜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회 인원은 현재 위원장 포함 23명에 달한다.
하지만 NST와 과기정통부의 감사기능은 여전히 중복되고 있다. NST는 과기출연기관법, 과기정통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감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NST 감사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과기정통부는 기술료, 기술유출 등의 의혹에 대해선 직접 감사에 나서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NST 감사위원회가 애당초 과기정통부의 감사기능을 가져온다는 계획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며 "과기정통부가 과기출연기관법이 아닌 공운법에 따라 출연연 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NST 감사 일원화로 외부감사 부담을 줄이는 일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NST 감사위원회 인력이 20명 이상이 됐지만 연구자들이 느끼는 감사 부담은 줄지 않았다"며 "최소한 NST와 과기정통부의 감사기능을 일원화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NST 감사위원회 역할 자체를 점진 축소하는 게 현실적인 방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NST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가 항우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특정감사는 긴급성·시급성에 따라 수행하고 있는 불가피한 감사"라며 "그동안 NST 감사위원회는 연구 현장의 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방 중심 감사 등으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