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임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다음으로 수명이 깁니다. 이용자 충성도가 높고 업데이트 후 피드백도 빨라 게임사들이 눈독을 들일만 하죠."(게임업계 관계자)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비주류 문화'를 뜻하는 서브컬처가 요즘 게임업계의 핵심 장르가 됐다.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이 장르에 친숙하지 않던 게임사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리니지, 아이온 등 인기작을 다수 출시해 'MMORPG 명가'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내년 상반기 서브컬처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출시한다. 엔씨의 서브컬처 첫 도전이다. 회사는 도쿄게임쇼(TGS), 지스타(G-STAR), 파리 게임 위크 등 국내외 게임쇼에서 이 게임을 선보였는데 특히 도쿄게임쇼에서는 시연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스마일게이트는 개발 중인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지난 5일 AGF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연하며 본격적으로 서브컬처 장르 공략에 나섰다. 앞서 지난 10월 출시한 서브컬처 게임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가 한 달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수 350만회를 기록하고 최고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111만명을 돌파하며 가능성을 열었다. 웹젠은 '게이트 오브 게이츠'와 '테르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게임 시장 성장률(5.2%)에 비해 3배 높다. 20·30대 남성을 주축으로 한 이용자의 충성도가 높다보니 강력한 매출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이 용이한 것도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게임사들이 눈여겨 보는 점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은 2023년 209억달러(약 30조8066억원)에서 2031년 485억달러(약 71조489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서브컬처 게임 대표 주자는 시프트업이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 회사 서브컬처 TPS(3인칭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2022년 11월 정식 출시 후 1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달러(1조4740억원)를 거뒀다. 이 게임은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에서 총 8차례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7월 4.5주년 업데이트 당시 일본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같은 달 출시된 PC버전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국내 매출 2위, 글로벌 매출 11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모바일 게임의 PC버전임을 감안하면 높은 순위다. 센서타워는 지난 2월 블루 아카이브의 모바일 버전이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300만건, 누적 매출 6억 달러(약 8839억원)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서브컬처 게임은 이용자 충성도가 높아 장기간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출시 초기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차지한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는 6개월 주기의 주요 업데이트 때마다 매출 순위가 반등했다. 이 게임은 지난해 12월 출시 2.5주년 업데이트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매출 순위 7위, 6위를 기록했고 서비스 3주년을 맞은 지난 6월에는 각각 12위, 6위까지 올라갔다.
NHN의 '#콤파스'는 지난 7월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출시한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다. 회사는 내년 1분기 서브컬처 RPG(역할수행게임) '어비스디아'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AGF 2025에서 처음 선보였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10·20대는 물론 구매력이 있는 30·40대까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자신있게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며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 P2W(Pay to Win) BM 등 고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이 이용자 외면을 받으면서 서브컬처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