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웹소설과 웹툰에도 스며들었다. 기획과 자료 조사, 문장 교정은 물론 장면 확장과 삽화 제작 등 창작 전 과정에 활용폭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창작물이 '독창성'에 민감한만큼 독자의 불신과 법적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은 네이버(NAVER) 계열 문피아, 네이버시리즈, 카카오 계열 카카오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매일 수천자에서 1만자 안팎의 분량을 꾸준히 공급해야 작가가 랭킹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에서 AI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특히 웹소설이 웹툰·영상으로 확장되는 '원천 IP'로 부상하면서 생산 속도는 곧 경쟁력이 됐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연재 주기를 줄이고 분량을 늘려야 해 AI의 유혹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직 과도기다. AI 활용이 드러나는 순간 조롱 대상이 된다. AI 특유 말투나 프롬프트 답변이 실수로 노출된 작품이 '별점 테러'를 받으며 연재를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독자들은 작가의 개성을 보고 돈을 쓸 지 결정한다. AI 개입이 인지되는 순간 "창의력이 아닌 데이터 조합에 돈을 냈다"는 배신감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은 그림체에서 AI 사용 여부가 비교적 드러나지만, 웹소설은 텍스트라서 파악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현재 플랫폼 심의는 폭력성이나 선정성 중심이지,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감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작가와 일부 독자들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플랫폼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가와 유대감이 형성된 독자들은 반대 목소리가 강하지만, 플랫폼이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렵다"며 "정부 가이드에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원고를 제재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합의는 없다. AI 활용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미 많은 창작자들이 리서치나 교정 등 보조 단계에서 AI를 활용한다.
다만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등은 별개 문제다. AI 활용 여부를 파악할 방법도 없다. 고지 의무가 없어 창작자가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플랫폼이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2차 저작권 계약도 변수다. AI 활용 작품의 저작권 귀속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정부는 AI 학습 데이터 면책과 보상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창작자 집단의 반발은 여전하다.
웹툰은 창작자 표시와 워터마크 등 일부 가이드가 정비되는 추세지만, 웹소설은 구체적 지침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업계는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I는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모두가 동시에 생산량을 늘리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공급 과잉은 작품의 희소성을 낮추고 회차당 수익 단가를 하락시킬 위험이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경계심은 기술 공포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인간이 쓴 서사'라는 정체성을 지키려는 본능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