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 상담이 끝나자 몇 초 뒤 보고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상담원은 곧바로 다시 상담 업무에 투입된다. 그간 상담이 끝날 때마다 10분정도 정리하던 작업을 AI가 대신해줘서다.
AI 도입 열풍 속 실제 기업 운영 환경이 달라진 사례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아직 일부에 그친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삼성SDS 사옥에서 만난 신계영 삼성SDS AI사업팀장 부사장은 "AI를 도입했지만 실제 현장이 바뀐 사례는 5% 수준이라는 MIT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동안 기업들이 일부 업무에 AI를 붙이는 방식으로만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문서 작성 보조나 단순 자동화처럼 부수적인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 부사장은 "보여주기 좋은 기술은 많았지만 회사 전체가 바뀌는 수준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관심은 AI 기술 자체보다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업무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AX(AI 전환)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SDS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에이전트 중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AI 프로그램이다.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번역, 보고서 작성 등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삼성SDS는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FabriX)'를 기반으로 기업 업무를 에이전트 단위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신 부사장은 "기업이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씩 AI 기반으로 바꿔갈 수 있도록 공통 업무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개발과 운영 환경까지 함께 지원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삼성SDS의 한 고객사 서비스센터에서는 상담원이 고객과 통화를 마친 뒤 상담 내용을 정리해 시스템에 입력하는 데 최대 10분이 걸렸다.
삼성SDS는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상담 요약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상담 중 음성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AI가 이를 요약해 시스템에 입력한다. 상담원은 내용을 확인만 하면 바로 다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상담 품질 관리 기능도 함께 적용했다. 고객 불만이나 특정 키워드가 등장하면 AI가 대응 방법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상담원마다 다른 응대 수준 차이를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신 부사장은 "기존 챗봇은 정해진 규칙 기반으로 작동해 예외 상황 대응이 어려웠다"며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의도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분야에서도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24에는 민원 내용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필요한 정보와 관련 서비스를 안내하는 AI 기능이 적용됐다.
또 다른 고객사인 경찰청에서는 온라인 불법·유해 영상을 분석하는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영상 분석과 위반 근거 정리, 신고 문서 초안 작성까지 자동화되면서 영상 1건당 분석 시간이 기존 80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
신 부사장은 "AI를 업무 한 부분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탐지와 판단, 보고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진짜 AI 전환"이라며 "앞으로 기업 AI 도입은 에이전트 기반 업무 혁신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