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아닌 Pay" 돈 버는 공식 달라졌다…표준이 된 K팝 '슈퍼팬 경제'

김평화 기자
2026.04.15 07:00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익 공식이 바뀐다. '얼마나 많이 듣게 하느냐'보다 '팬 한 명이 얼마를 쓰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 됐다. K팝이 설계한 슈퍼팬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음악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은 지난 2월 D2C(소비자 직접 판매) 플랫폼 EVEN과 다년 계약을 맺었다. 음원 선공개, 독점 콘텐츠,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해 아티스트가 팬에게 직접 상품과 콘텐츠를 판매하는 구조다. 슈퍼팬 앱 스테이션헤드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워너뮤직그룹(WMG) 역시 슈퍼팬 플랫폼 Fave(페이브)에 투자하고, 자체 앱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두 회사는 스트리밍 플랫폼에만 기대지 않고 팬 접점을 넓히고 결제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음악 데이터 분석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팝 장르 발매 첫주차 실물 앨범 판매의 78%가 D2C 채널에서 발생했다. R&B·힙합, 록도 절반 이상이 D2C를 통했다. 팬 직접 판매가 부가 수익이 아닌 핵심 채널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K팝은 이 구조를 가장 앞서 체계화한 시장으로 꼽힌다. 팬클럽 멤버십, 굿즈, 공연, 팬미팅, 독점 콘텐츠를 하나의 소비 흐름으로 묶고 충성도를 반복 결제로 전환하는 설계를 일찌감치 정교하게 다듬어왔다. 루미네이트 집계에서 미국 K팝 팬의 CD 구매 비율은 27%로, 일반 청취자 평균(19%)을 크게 웃돌았다.

서우석 비마이프렌즈 대표는 "K팝이 팬덤을 비즈니스로 설계하는 역량을 가장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시장"이라며 "핵심은 단일 모델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각 시장의 맥락에 맞게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팬 플랫폼의 성장세는 이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비마이프렌즈의 팬 플랫폼 비스테이지는 올 1월 기준 누적 회원 550만명, 월간 활성 유료 구독자 100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이용자의 약 70%는 해외 가입자다. 2025년 총 거래액은 8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실물 굿즈였다.

시장마다 작동 방식에 차이는 있다. 미국은 투어·앨범·실물 상품 중심의 직접 구매 경험이 강하고, 일본은 팬클럽과 유료 멤버십 기반의 반복 결제 구조가 두드러진다. 팬덤 비즈니스라도 어느 시장에서 어떤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팔지를 달리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슈퍼팬 수익화가 2030년까지 66억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 전체 규모도 2024년 1049억달러(약 155조원)에서 2035년 1968억달러(약 291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 동력으로는 신흥시장 확대, 구독료 인상과 함께 슈퍼팬 수익화가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팬 1명이 얼마를 쓰고, 얼마나 오래 머물고, 몇 번 다시 결제하는지가 이제 핵심 지표"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 기준이 콘텐츠 확보에서 슈퍼팬 수익화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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