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한텐 칸이고 아카데미고 베를린이야."
매년 연말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B tv·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에서 선정하는 한국·해외 영화 베스트 10에는 어김없이 이런 댓글이 달린다. 영화 마니아들도 믿고 볼 만한 수준 높은 영화를 선정한다는 뜻이다.
SK브로드밴드가 6년 전 시작한 파이아키아는 씨네필(영화광)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어느새 구독자 83만명을 보유한 인기 채널이 됐다. 광고 집행 없이도 총 조회수 1억4000만회를 기록했다.
파이아키아를 담당하는 현호준 매니저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파이아키아'를 단순한 유튜브 채널을 넘어 하나의 '문화자산'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파이아키아는 2020년 넷플릭스, 왓챠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대항마 격으로 만들어졌다. SK브로드밴드(SKB)가 유선·인터넷 사업자에서 '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미지 전환이 필요하던 때였다. 현 매니저는 "SKB가 소장한 방대한 콘텐츠에 이동진 평론가의 깊이 있는 관점을 더해 같은 영화도 다르게 보이는 차별화를 노렸다"고 밝혔다.
그는 "OTT에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무기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VOD가 있다"고 설명했다. SKB의 월정액 상품 'B tv 플러스'는 넷플릭스(4000~5000편)보다 3배 이상 많은 약 1만5000편의 영화를 제공한다. 영화, 방송,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총 VOD는 20만여편에 달한다. 월 요금은 1만2100원(1년 약정)이고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TV)를 결합하면 5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파이아키아는 SKB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이 채널에서 SKB·B tv 등 브랜드 로고는 총 2899만시간 노출됐다. 다만 타 기업 협찬이나 중간 광고 등 수익 창출은 고려하지 않는다. 현 매니저는 "외부 광고를 받으면 영상이 나가기 전에 확인·검열을 받아야 해 평론의 신뢰성이 훼손된다"며 "이미 B tv 광고가 있어서 시청자 피로도가 가중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팀 버튼, 로버트 패틴슨, 데이미언 셔젤, 야쿠쇼 코지…"
파이아키아 인터뷰 명단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자 명단을 방불케할 정도로 영화계 유명 인사들이다. 초기에는 섭외를 위해 발로 뛰었지만, 이제는 채널 명성이 높아지면서 먼저 찾아온다고 한다. 이동진 평론가의 심도있는 질문 덕분이다.
4년 전 모가디슈 개봉 당시 김윤석 인터뷰가 전환점이 됐다. 그의 깊이 있는 질문에 감탄한 씨네필들이 영상에 "이동진이 진행하니 질문의 질이 다르다", "모가디슈로 4행시를 시키지 않는 유일한 진행자" 등 호평 댓글을 줄줄이 달았고 입소문이 났다.
이동진 평론가와 SKB의 인연은 2016년 시작한 영화 프로그램 '영화당'부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장기 협업하며 쌓아온 신뢰가 프로그램을 단단히 지탱한다. 이 평론가와 현 매니저, 제작사 직원 등 11명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파이아키아 팀은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운영된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하면 촬영 전날에도 프로그램 전면 수정을 서슴지 않는다.
SKB는 앞으로 파이아키아를 하나의 'IP(지식재산권)'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현 매니저는 "시청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며 "토크 콘서트, 오프라인 상영회, 팝업스토어 등 파이아키아만의 정체성을 지킬 방식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