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 잡네… VR로 맛본 '세 번의 죽음'

대전=윤지혜 기자
2026.04.28 04:00

[르포] SKT 안전체험교육관
화재·추락 등 실전 같은 훈련
임직원 역량↑ 산업재해 예방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둔탁한 충격이 가해지며 몸이 기울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도로변 전신주 유선공사 현장. "관리감독자를 기다릴 수 없으니 서두르자"는 동료의 말에 매뉴얼을 무시한 순간 굴착기에 치이거나 5m 높이의 고소작업차에서 추락했다. 5분 남짓한 가상체험 동안 '세 번의 죽음'을 맞았다. 360도 VR(가상현실) 영상과 4D(4차원) 시뮬레이터는 사고의 순간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했다.

화재탈출 체험도 긴박감이 넘쳤다. 정전으로 불이 꺼진 실내, 희미하게 빛나는 비상구 유도등에 의지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자욱한 연기와 폭발음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벽면을 더듬으며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자칫 손잡이가 따뜻한 문을 열었다간 화염에 휩싸일 수 있어 긴장해야 한다. 최근 화재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실전 같은 대피훈련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다.

SK텔레콤 안전체험교육관에서 직원들이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작업 중 추락사고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2023년 SK텔레콤(SKT)이 대전에 문을 연 안전체험교육관이다. 통신업 특성상 75m 높이의 철탑이나 건물 옥상, 지하 맨홀·통신구 등 밀폐공간에서 전기·설비작업이 이뤄진다. 원활한 통신서비스를 위해선 도심 한복판부터 깊은 산속까지 전국 60만개 시설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동해야 한다. 작업장소와 환경이 매번 달라지는 만큼 작업자의 위험인지 및 실전 대응역량이 중요하다.

한지일 안전보건역량문화팀장은 "온라인 수업 중심의 교육은 복잡한 통신작업 환경에서 실질적 안전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현장과 유사한 환경의 체험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교육관에선 총 30종의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 23일 기준 SKT 그룹사 및 협력사 임직원 1만1370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SKT는 AI(인공지능)와 드론을 활용해 작업의 안전성도 높였다. 그동안 사람이 3년마다 전국 철탑 2630개에 올라 볼트·너트조임, 철판부식, 안테나 상태를 전수조사했는데 이제는 드론으로 철탑을 촬영하고 AI로 분석해 작업자의 승주(전봇대 오르기)를 최소화했다. 동시에 점검기간은 60%, 이미지 판독시간은 85% 단축했다.

덕분에 SKT는 지난 3년간 '중대재해 제로'를 달성했다. 최훈원 안전보건실장은 "AI 기반 교육시스템을 강화해 사고예방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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