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철수시 방송시장 충격…"규제완화 필요"
2025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가 3622만6100명으로 2020년 상반기 대비 7% 증가했다. 하지만 사업자별로 보면 IPTV 가입자가 22% 증가했고 케이블TV 가입자는 10% 감소했다. 같은 유료방송시장 내에서도 케이블TV만 유독 곡소리가 나는 배경이다.
수익성 격차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4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케이블TV 영업이익은 148억원으로, 10년 전(4056억원) 대비 96% 급감했다. 반면 IPTV는 같은 기간 3% 증가한 1조61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생존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한 발 더 나아가 '탈출구 마련'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분위기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사업권 반납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전반의 경영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를 기록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
◆ 통신사도 IPTV 베팅…퇴로 막힌 케이블TV
현실적으로 뚜렷한 출구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방송법 시행규칙상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폐업을 원할 경우 방미통위에 신고서와 함께 수신자 보상계획서, 역무제공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지역성과 공공성을 지닌 인허가 사업자인 만큼 실제 철수 절차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는 IPTV나 OTT 대비 시청료가 저렴한 데다, 지상파 방송 수신이 원활하지 않은 난시청 지역에서 중계기 역할을 해온만큼 방미통위가 시청권 보호를 위해 폐업을 쉽게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다. 단순 등록 사업자인 알뜰폰도 이용자보호를 위해 실제 사업 철수까지 약 3~4년 걸린 점을 고려하면 공공성이 더 큰 케이블TV는 더욱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부담과 프로그램 이용료 등 각종 비용 지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M&A(인수·합병)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과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3분의1(33.3%)로 제한한 합산규제는 사라졌지만,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현실성이 높지 않다. 딜라이브와 CMB 등이 2019년부터 매각 의사를 밝혔지만 수년째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케이블TV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이동통신사들조차 이제는 기존 케이블 사업의 점진적 종료와 IPTV로의 통합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사업 철수시 발생할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한계 기업의 출구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방미통위 관계자는 "유료방송을 포함해 거시적인 미디어 종합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케이블TV의 출구전략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역 채널 의무' 케이블TV 없다면…지역 소외 현상 우려
#2022년 동해안 산맥에 화마가 번지자 LG헬로비전은 현장 기자를 투입해 나흘간 15회, 약 12시간의 생방송 특보를 진행했다. 2023년 태풍 '카눈'이 상륙한 때에도 재난방송 체제에 돌입해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10차례 특보를 진행했다. 이에 동네 주민이 몰리면서 각각 3%와 5%의 최고 시청률이 기록됐다.
지역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케이블TV가 위기를 맞으면서 지역 소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블TV는 IPTV(인터넷TV)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달리 초고속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시청이 가능한 매체다. 이에 디지털 기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고 인터넷 가입 없이 방송 서비스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어 고령층·저소득층의 의존도가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보편적 시청권'과도 맞닿아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케이블TV 3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케이블TV는 재난방송, 선거 보도 등 지역민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줬다"면서 "케이블TV가 자유롭게 경쟁·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와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는 방송법 제70조에 따라 '지역 채널'을 운영할 의무가 있다. 지역 채널은 지역 생활 정보, 시청자 자체 제작 프로그램, 지역자치단체 시책 홍보 프로그램 등이 송출되는 채널이다. 광역단체장에 집중하는 지상파와 달리 기초단체장, 시·군의원의 방송 연설·대담·토론회 등 공직선거 관련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산불·홍수 등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대피 요령, 현황 등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효용이 크다.
예컨대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LG헬로비전은 후보 200여명의 공약, 출마의 변 등이 담긴 셀프 소개를 송출했고 유권자 220명을 인터뷰해 희망 공약을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서경방송은 여야 지역정치인의 미니 토론 등으로 개표방송을 구성해 최고시청률 7.91%를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는 각 지역권 보도국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단계별 재난·재해 방송을 진행한다.
지역 채널 의무는 지역 기반 사업으로 수익을 거두는 만큼 지역 사회에 환원하라는 취지로 생겼다. 문제는 IPTV와 OTT에 설 자리를 내주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는 데도 지원 없이 의무만 남았다는 점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지역·중소 방송 대상 지원 예산으로 202억원을 투입한다.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 제작, 취재 지원 등에 쓰이는 돈이다. 지난해(79억원)보다 2.6배 많은 금액으로 지역 지상파, 종교방송 등이 대상이고 케이블TV 사업자는 제외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담당 부처가 과기정통부에서 방미통위로 이전됐으나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근거 규정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영업이익보다 지역 채널 운영비가 큰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24년 케이블TV 업계는 지역 채널 운영에 1258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케이블TV 업계 전체 영업이익은 11.8% 수준인 148억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IPTV나 OTT로 이동하는데 드는 전환비용이 효용보다 클 수 있다"며 "지역 채널 운영은 케이블TV 사업자에게 특화된 면이 있는 만큼 투자 의무 완화 등 규제 완화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