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가 테슬라 FSD(완전자율주행) 감독형 기능이 탑재된 모델 S·X를 구독 상품으로 내놓자 10일 만에 사전예약 2000건이 몰렸다. 주 149만원, 월 399만원이라는 가격에도 수요가 몰린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에서 FSD를 합법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1억5000만~2억원대 차량과 고가 소프트웨어를 원하는 기간만 써볼 수 있는 방식이 처음 열린 것이다.
13일 쏘카에 따르면 쏘카가 지난 2월 선보인 프리미엄 차량 서비스 '블랙라벨'에 지난달 말부터 테슬라 모델 S·X가 투입됐다. 이후 테슬라 차량 가동률은 블랙라벨 전체 평균보다 14%포인트 높았다. 모델 S는 일반 차종 대비 건당 이용 시간이 2배 이상이다. 이날 기준 오는 24일까지 대부분 시간대 예약이 마감됐다.
쏘카 블랙라벨은 차량 대여를 넘어 프리미엄 차량 경험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전문 세차·점검을 거친 차량과 전용 어메니티, 차량 배달 서비스, 전담 고객센터 등을 제공한다. 기존 렌터카보다 '이동 경험' 자체를 상품화한 서비스다. 여기에 테슬라 FSD가 들어가며 기술 체험 수요까지 흡수했다.
쏘카는 지난해 4분기 FSD가 탑재된 테슬라 100대를 선제 계약했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 3월 모델 S·X 신규 주문을 종료했고, 중국산 모델 3·Y는 규제 절차상 FSD 사용이 현재 불가능하다. 쏘카의 테슬라 차량은 당분간 국내에서 FSD를 체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로다.
렌터카와 차량공유의 핵심은 그동안 '이동'이었다. 쏘카의 FSD 상품은 방식이 다르다. 이동보다 경험, 차종보다 기능, 소유보다 접근이 중요해졌다. 쏘카가 판 것은 테슬라 차량이라기보다 'FSD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에 가깝다.
보유 대수, 차종, 가격, 지점망이 아닌 어떤 기술 경험을 먼저 확보해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스마트폰에서 앱(애플리케이션)을 구독하듯, 자동차에서도 기능을 기간 단위로 소비하는 것이다.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도 기능 단위로 세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는 아직 이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다. FSD 감독형은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다. 이름은 자율주행처럼 들리지만, 법적 책임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남는다.
책임 구조도 복잡하다. 차량 소유자는 쏘카, 소프트웨어는 테슬라, 운전자는 이용자, 판매자는 플랫폼이다. 사고가 나면 기존 대여업 규정만으로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개입하는 순간, 시스템 안내·운전자 개입 시점·플랫폼의 고지 의무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쏘카는 외부 기술에 사용자 경험과 결제 모델을 얹었다. 기술을 소유하지 않아도 유통 방식과 고객 접점으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의 강점을 보여줬다. 누가 FSD를 빌리는지, 어느 가격대까지 수용하는지, 재구독 의향은 있는지 데이터 자체가 쏘카의 자산으로 남는다. 200억원 가까이 들여 'FSD 막차'를 사모은 도전의 열매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공유 대상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경험으로 이동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