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 위원님들이 정책을 만들고, 저희는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나 부처 간 칸막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이죠."
제2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별성과 포상금 수상자인 유경태 국가AI전략위원회 정책기획국 AI데이터·규제혁신팀 팀장과 이상범 사무관을 최근 서울역 인근 국가AI전략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과기정통부 파견 인력 중 처음으로 특별성과 포상금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국가 AI 정책의 최상위 컨트롤타워다. 이들은 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조직 구성, 예산 확보, 민간위원 선발 등 기반 작업을 맡아왔다. 이후 민간 전문가와 정부 부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이재명 정부의 'AI 3강' 전략 추진 과정에서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특히 공을 들인 분야는 데이터 규제를 완화해 AI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대표 사례가 정부의 개방형 문서 포맷 전환이다. 정부는 최근 공공 문서 형식을 AI가 못 읽는 HWP에서 HWPX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유 팀장은 "민간위원들은 'AI 학습을 가로막는 HWP 파일을 퇴출하고 HWPX로 바꾸자', 심지어 '워드를 도입하자'고 이야기했지만 부처 입장에서는 시스템 업데이트나 부처 간 연계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다"며 "문서 체계는 행정안전부가, 공직자 통합메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총괄하는 만큼 행안부·문체부·민간위원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 HWPX 전환 아이디어가 처음 제시된 시점은 지난 3월 말이다. 이후 한 달가량의 조율 과정을 거쳐 4월24일 정책으로 공식 발표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행정업무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온나라시스템 문서 형식을 HWPX로 전환하게 됐다. 10월부터는 공무원 소통 도구인 '온메일'과 공직자 통합메일에도 HWPX가 적용된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도 이들의 역할이 녹아 있다. 개정안에는 AI 기술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특례가 담겼다. AI 성능 향상을 위해선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필수이고, 의료 데이터 등 개인정보 기반 데이터 활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심의를 거칠 경우 개인별 동의 없이 AI 학습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기업, 정부 간 소통 자리를 지속해서 만들었고, 개보위 심사 기간이 최대 30일을 넘기지 않도록 세부 절차를 조율했다.
또 두 사람은 AI전략위의 1호 안건,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이 법안 통과 전 한달 간 시민의견 수렴 절차를 밟았을 때도 560건의 민원을 접수받아 살폈다.
유 팀장과 함께 부공적자로 선정된 이상범 사무관은 "정부, 기업, 시민사회처럼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주체들이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도록 돕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며 "힘든 과정이지만 AI 전문성을 쌓고 여러 부처가 서로 다른 문법을 맞춰가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AI전략위원회 인력 70명 가운데 과기정통부 파견 인력은 이들을 포함해 6명뿐이다.
유 팀장은 "과거에는 과기정통부가 AI 전환 정책을 만들고 실증까지 마쳐도 다른 부처로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은 AI전략위원회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부처 간 AI 전환(AX) 논의가 훨씬 활발해졌다는 점을 현장에서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성과 포상금 규모는 공적자 1000만원, 부공적자 300만원이다. 상금을 어디에 쓸 계획인지 묻자 두 사람은 "고생을 알아봐 준 본부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다"며 "맛있는 밥을 사며 함께 나누고 싶다"고 웃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