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년 넘게 개편을 미뤘던 인공지능(AI) 기반 음성비서 시리를 전면 개편하며 AI 경쟁에 본격 참전했다.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했지만, 상당수 기능이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AI를 통해 구현된 만큼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한 혁신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26)에서 '시리 AI'를 공개했다. 시리 AI는 애플 인텔리전스와 구글 제미나이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이해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시리는 화면 콘텐츠와 이미지를 인식하고 메시지, 이메일, 사진, 문서 등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맥락을 파악한다. 인터넷 검색 결과까지 활용해 답변의 정확성을 높인다.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에서 친구의 새 주소를 찾아주거나 지난 여행 사진을 자동으로 불러오는 식이다.
여러 앱을 연계해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능도 강화했다. 공연 일정을 검색한 뒤 캘린더에 등록하거나 항공권 변경 과정에서 예약 이메일 속 예약번호를 찾아 제공한다. 스마트홈 카메라가 감지한 상황을 분석해 설명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또 전용 앱에서 이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며 기록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동기화된다.
시각 지능 기능도 강화했다. 카메라로 음식을 비추면 영양 정보를 제공하고 영수증을 촬영하면 더치페이 금액을 계산해준다. 사진 편집에서는 AI를 활용해 구도를 변경하거나 이미지를 보정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기능 상당수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갤럭시 AI 서비스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실제 갤럭시 AI 역시 구글 제미나이 기반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화면 인식, 개인 맥락 이해, 이미지 편집, 앱 간 연동 등은 삼성전자가 이미 갤럭시 AI를 통해 선보인 기능들이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사용자 데이터를 기기 내부와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CC) 환경에서 처리해 보안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 경쟁사 대비 얼마나 차별성을 보여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애플은 2024년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AI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핵심 기능 출시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과장 광고 논란과 함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번 시리 AI 공개는 애플의 AI 에이전트 전략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평가되지만,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의 따라잡기'에 가깝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애플의 과제는 AI 기능 추가가 아니라 차별화다. 이미 갤럭시 AI와 제미나이가 구축한 시장에서 개인정보 기반 AI 에이전트 경험을 얼마나 완성도 높게 구현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참전으로 삼성전자 역시 새로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과 삼성 모두 구글 제미나이 기반 AI 기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승부처는 AI 에이전트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 생태계 연동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