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화학자' 등장, '신약개발' 화학반응 성공률 높였다

김평화 기자
2026.06.22 10:48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01. photo@newsis.com /사진=김근수

신약 개발의 병목으로 꼽히는 화학 실험 영역에 AI가 본격 진입했다. AI가 논문을 읽고 가설을 세운 뒤 실험 조건을 제안하고, 실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실험 방향까지 설계한 사례가 나왔다.

오픈AI는 폴란드 AI 신약개발 기업 몰레큘원과 함께 AI 화학 실험 시스템 '마리아'에 GPT-5.4를 연결해 의약화학 실험을 진행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목표는 약물 개발에 자주 쓰이는 '찬-람(Chan-Lam) 결합 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찬-람 결합 반응은 약을 만들 때 필요한 분자 조각을 서로 붙이는 화학 반응이다.

이번 연구의 대상은 신약 후보물질 제조에 쓰이는 두 종류의 화학 재료를 결합하는 까다로운 반응이었다. 구체적으로는 '1차 설폰아마이드'와 '보론산'을 결합하는 실험이다. 설폰아마이드는 항암제, 항균제, 이뇨제 등 다양한 의약품에 들어가는 중요한 물질군이고, 보론산은 이를 다른 분자와 연결할 때 쓰이는 재료다.

AI는 기존 연구 자료를 분석해 수천개의 실험 아이디어를 만들고 우선순위를 매겼다. 인간 연구자들은 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제안 일부를 골랐다. 이후 마리아가 실험 계획을 구체화하고 고속 실험을 수행했다.

AI가 제안한 아이디어 중 하나는 'TEMPO'라는 첨가제를 넣어보자는 것이었다. TEMPO는 원하는 화학 반응이 더 잘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다.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더 많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반응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는 실제 수치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총 1만80건의 반응 실험을 진행했다. AI가 제안한 조건을 적용하자 원하는 물질을 얻어내는 비율은 평균 16.6%에서 25.2%로 높아졌다. 전체 실험의 대부분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성공률 30%를 넘긴 반응 비중도 15.6%에서 37.5%로 늘었다.

인간 연구자들이 일부 실험을 실제 연구실 규모로 다시 검증한 결과도 비슷했다. 대표 조합 14개 중 11개에서 원하는 물질을 얻어내는 비율이 개선됐고, 8개 조합에서는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자동화 장비에서만 나온 결과가 아니라 실제 실험실 환경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확인된 것이다.

AI가 단순 검색·요약 도구를 넘어 실제 연구 과정에 들어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약 개발은 좋은 후보 물질을 찾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물질을 실제로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반복 실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조건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든다.

AI가 실험 조건을 미리 좁혀주면 연구자는 무작정 많은 실험을 반복하는 대신 가능성이 높은 방향에 집중할 수 있다. 초기 연구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연구가 AI의 완전 자율 연구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인간 연구자가 실험 대상을 고르고, AI의 제안을 검토하고, 일부 조건을 수정했다. 주요 결과도 사람이 직접 다시 확인했다. 안전성 판단과 최종 검증 역시 여전히 연구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AI가 신약 개발의 핵심 병목 중 하나인 실험 최적화에서 실제 성과를 낸 만큼, 제약·바이오 연구 현장에서 AI 활용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AI가 연구자의 반복 작업을 줄이고 더 가능성 높은 실험에 집중하게 만드는 '연구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오픈 AI, 'AI 화학자' 실험/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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