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산실' 후원 나선 넷플릭스…'하청기지화' 꼬리표 뗄까

이찬종 기자
2026.07.02 15:48
넷플릭스에 공개된 미쟝센 단편영화제 목록./사진=인터넷 캡처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의 산실'을 후원한다. 거장 이창동 감독의 아카데미(오스카) 출품에도 협조한다. 한국 창작자 포섭을 위해서다. 한국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해외 자본을 반기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미쟝센 단편영화제' 상영작 전편이 넷플릭스에서 공개중이다. 구독자는 추가 비용 없이 출품작을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8~23일 열렸던 '2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메인 후원사 역할도 맡았다.

미쟝센 영화제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단편영화를 발굴하기 위해 2022년 시작됐다. '곡성', '추격자'·'황해' 등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과 '부산행'·'군체'·'얼굴'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을 배출하며 한국 영화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영화제는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과 기존 스폰서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악화로 폐지됐으나, 지난해 네이버(NAVER)가 메인 후원사를 맡으며 부활했다. 그 바통을 넷플릭스가 넘겨받은 것. 지난해 수상작 등 일부만 공개했던 넷플릭스는 올해 출품작 전체로 범위를 확장했다.

한국 '하청기지화' vs '해외 투자' 긍정적
배우 이민호(왼쪽부터)와 심은경, 조정석, 최수영, 정해인이 1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업계는 넷플릭스의 이번 행보를 젊은 창작자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신인 시절부터 신뢰를 쌓아 장기적 파트너십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가능한 사랑'을 극장에서 2주간 선개봉하기로 결정한 것도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제작 국가에서 최소 7일 이상 연속 상영돼야 한다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출품 요건을 맞춰주는 것.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자사 플랫폼에서 최초 공개해야 하지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먼저 공개되면 자격이 박탈된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달 19일 마감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에 접수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넷플릭스 독주 체계가 공고해진다는 우려를 표한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저작권을 대부분 가져가는 유통 구조로 한국을 '하청기지화'한다는 목소리다. 반면 JTBC가 경영 위기에 처하는 등 콘텐츠 업계의 투자 여력이 감소한 가운데 해외 투자를 적대시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광고 등 미디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훗날 넷플릭스만 남게 되면 국내 제작사는 나쁜 조건에 계약하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있다"면서도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한국은 작품 다양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공급처다 보니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번 후원은 한국의 신진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도 "콘텐츠 업계가 해외 자본 유입에 유독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는 강점도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넷플릭스의 방탄소년단(BTS) 공연 생중계 시도를 두고 "세계적인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동시간에 글로벌로 전파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평한 바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번 넷플릭스 공개는 단편 영화가 '발견될 기회'를 영화제 현장에서 밖으로 확장하는 시도"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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