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문턱 높아졌다…자회사 IPO 셈법 바꾸는 IT 기업들

김평화 기자
2026.07.06 15:39
중복상장 규제 관련 IT·게임 기업 현황/그래픽=김지영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규제 세부 기준을 내놓으면서, 자회사를 상장시켰거나 상장을 준비해온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는 자회사 상장을 원칙적으로 막되, 독립성과 주주보호 장치를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향이다. 기업들은 규제가 본격 적용되기 전부터 상장을 접거나 완전자회사 편입, 해외 상장 검토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6일 발표한 기준의 핵심은 모회사 이사회 책임 강화다.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사회 결의와 공시, 주주 소통 절차도 요구된다.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이 부족하거나 모회사 주주 보호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상장이 어려워진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문턱이 더 높다.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가 사실상 필수로 붙고,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일반 자회사 상장은 물적분할 사례와 달리 주주동의 여부와 보호 장치, 상장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방식이다.

넷마블은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기업공개를 추진해오다 지난 3월 이를 접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식교환일은 7월 31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20일이다. 중복상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규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 대신 해외를 보는 곳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 중이다. 국내 IPO가 장기간 지연된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다가오면서 미국 시장을 통한 회수 방안이 거론된다. 국내 규제가 강해질수록 일부 기업과 투자자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위메이드는 다른 변수를 맞았다. 위메이드그룹은 위메이드, 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플레이 등 상장사 3곳을 보유중이다. 손자회사인 위메이드커넥트와 플레이링스 상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다단계 상장 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여기에 창업주 박관호 의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네오펄스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이전이라는 새 변수까지 맞물리게 됐다.

카카오는 2020년 카카오게임즈,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잇따라 상장시키며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키운 대표 사례로 거론돼 왔다. 이들 사례는 물적분할 후 상장 구조와는 다르지만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확산시켰다.

새 쟁점은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투자한 AI 스타트업이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올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SK텔레콤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스테이지도 카카오가 포털 다음 운영사 AXZ를 넘기는 과정에서 업스테이지 지분(약 10% 추정)을 취득한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 이르면 하반기 상장을 노리는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투자형 구조까지 중복상장 규율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금융당국이 단순 지분율보다 실질 영향력을 보겠다고 밝힌 만큼 주요 주주의 지배력 판단이 향후 심사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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