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밀려드는 민원에 신음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국민 생활과 밀접한데다 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직역 간 갈등도 첨예한 탓에 민감한 정책에는 수 천개의 '의견'이 쏟아진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등 늘어난 업무에 비해 인원은 부족해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6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이날 마감되는 복지부 소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과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 두 건에는 각각 4600건, 3200건이 넘는 입법의견이 달렸다. 이날 오후 현재 입법의견 수로 전체 부처 중 상위 1위, 2위가 모두 복지부 소관 법령이다.
입법의견은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지만, 복지부 법령은 '복사 후 붙여넣기'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약품 정보 확인 절차 마련, 의료기관 개설 신고 권한, 입원실 남녀 구별 기준 삭제, 정신병원 진료과목에 한의사 추가 등 총 6개 내용으로 공통점이 크지 않는데 앞서 올라온 글을 그대로 인용해 모두에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한 사람이 최대 63건의 입법의견을 올리는 등 중복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애초 취지와 달리 부처에 대한 반감 등을 표출하는 '민원 창구'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의견의 취지가 비슷해도 이를 하나씩 확인해야 해 담당자는 업무 부담이 크다"며 "담당하는 일도 적지 않은데 일상적인 민원도 늘고 있어 직원들이 힘들어한다"고 토로했다.
비단 올해에만 입법의견이 많은 것이 아니다. 머니투데이가 2023년 7월 이후 3년간의 온라인 입법예고 의견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도수치료 관리급여 내용을 담은 복지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1만9511건을 기록해 19개 정부 부처 중 교육부(3만804건), 고용노동부(2만5542건)에 이어 '최다 의견 수' 3위였다. 이에 앞서 2024년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도 3일 만에 1만2000건이 넘는 의견이 쏟아졌다.
일반 민원도 증가 추세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복지부를 상대로 한 민원 신청 건수는 2022년 3만1027건에서 2023년 3만188건, 2024년 3만7870건, 2025년 4만3483건, 2026년 4만6940건으로 우상향한다. 지난 2월에는 2022년부터 전·현직 공무원 23명을 대상으로 1600건에 이르는 고소를 남발한 악성 민원인을 대상으로 복지부가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를 예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천명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몸과 마음 건강을 책임지는 복지부는 과도한 민원과 업무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복지부 소속 직원 4명 중 3명(74.9%, 642명 중 481명)이 우울·불안·수면·소진(번아웃) 중 1개 이상 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소방공무원 집단의 유사 지표(43.9%)와 견줘 31% 포인트(P)나 높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행, 국립대병원 이관, 지역·필수·공공(지필공) 의료 강화 등에 따라 조만간 지필공실 신설 등 직제 개편을 단행하지만 일이 늘어나는 만큼 '일손'은 채우지 못한다는 지적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