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폭등 못 버텨" 짐 싸는 中 스마트폰…삼성엔 위기이자 기회

구자윤 기자
2026.07.22 14:19
메모리 급등에 흔들리는 스마트폰 시장/그래픽=김다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재편이 빨라진다. 중국 업체들이 사업 지역과 제품군을 잇달아 조정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에는 원가 부담과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 그룹은 최근 브랜드별 사업 지역을 재조정하고 있다. 오포 산하 원플러스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고 중국과 인도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반면 같은 계열인 리얼미는 중국 사업을 접고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풀이된다.

제품 전략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샤오미는 최근 공개한 보급형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17' 시리즈에서 전작의 최상위 모델인 '레드미 노트15 프로+' 후속 제품을 제외했다. 일부 중국 제조사는 메모리와 카메라 모듈 등 부품 가격 상승을 이유로 울트라급 스마트폰 출시 연기나 취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공급난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AI 수요 급증과 제한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5%의 공급 부족을 기록할 것"이라며 "수급은 내년 하반기에 공급 우위로 전환돼 제약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D램 투자를 우선하면서 낸드 공급은 신규 증설보다 공정 전환과 기존 생산라인 개선에 의존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서버는 전체 낸드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도 합쳐 약 40%에 달한다. 트렌드포스는 부품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보다 15~20% 감소하고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피 자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위기는 스마트폰 산업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이 됐다"며 "원가에 민감한 보급형·중급형 제품은 기존 가격대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제조사는 가격을 올리고, 다른 업체들은 구형 제품의 판매 기간을 늘리거나 신제품 출시와 생산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도 시장 가격을 반영해 메모리를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올해 폴더블폰 가격이 오른 데 이어 내년 갤럭시 S 시리즈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반면 원플러스가 철수하는 북미·유럽 시장과 리얼미가 사업을 접는 중국 시장의 공백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울트라급 제품을 줄이면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 강도도 낮아질 수 있다. 반도체(DS)부문이 AI 메모리 호황의 수혜를 보는 만큼 연구개발과 마케팅 투자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