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시장·사옥도 AI 데이터센터로…서울 도심에도?

김평화 기자
2026.08.08 06:00

<7>사람 모이던 전시장, GPU 채우는 공간으로
건물보다 먼저 따지는 전력 용량, 도심형 데이터센터의 역할

[편집자주] 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66년간 박람회와 자동차 전시로 사람을 모았던 건물이 이제 AI 서버를 들일 채비를 한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의 대형 전시장 '마켓홀' 얘기다.

부동산 개발사 크로홀딩스는 마켓홀 일대 약 40에이커 부지에 최대 245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추진 중이다. 기존 전시장에 서버를 그대로 넣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마켓홀을 포함한 주변 부지를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외곽 산업단지를 넘어 도심 상업용 부동산의 새로운 수요로 떠오른 셈이다. 대규모 전시장이나 물류시설은 일반 사무실보다 층고가 높고 바닥이 튼튼하다. 발전기와 냉각설비를 놓을 공간도 상대적으로 넓어 데이터센터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에서도 유휴 사옥이나 오피스빌딩, 물류시설을 소형 데이터센터로 바꾸려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AI 학습시설은 땅과 전력이 풍부한 지역이 유리하지만, 기업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이용자 요청에 빠르게 답해야 하는 AI는 고객과 가까운 도심에 둘 필요가 있다. 다만 빈 건물을 확보했다고 데이터센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조건은 건물값이나 공실률이 아니라 전력이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522건 가운데 279건이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본심사를 통과한 사업은 10건에 그쳤다. 건물과 투자금을 마련해도 전기를 받지 못하면 서버 한 대도 가동할 수 없다.

최근 주목받는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도 전력 문제를 없애주지는 못한다. 서버와 냉각·전력설비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면 공사 기간은 줄일 수 있지만 사용할 전기 자체를 만들어주는 기술은 아니다.

건물 구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오피스빌딩과 서버 건물은 속이 다르다. AI 서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배터리, 냉각장치가 밀집해 일반 사무실보다 훨씬 큰 무게를 버텨야 한다. 기존 건물의 바닥과 기둥을 보강해야 할 수 있고, 전력선과 냉각 배관을 설치할 층고도 필요하다.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밖으로 내보낼 냉각설비와 정전 때 사용할 비상발전기를 둘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개조 비용이 커지면 기존 건물을 살리는 것보다 철거한 뒤 데이터센터 전용 건물을 새로 짓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도심에서는 주민 수용성도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냉각기를 가동하고 주기적으로 발전기를 시험한다. 주거지역과 가까우면 소음과 진동, 경관 문제로 민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건축물 용도변경과 소방·피난 기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결국 서울의 모든 유휴 사옥이 데이터센터로 변하기는 어렵다. 현실성이 높은 곳은 이미 충분한 전력을 확보했고 바닥 하중과 층고, 냉각설비 공간을 갖춘 일부 건물이다. 일반 오피스빌딩보다 단독 사옥과 전시장, 물류시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다.

도심형 데이터센터도 초대형 시설보다는 수MW 이하 규모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AI 학습은 지역 데이터센터가 맡고, 빠른 응답과 민감한 기업 데이터 처리는 서울의 소형 시설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AI 시대에는 건물의 몸값을 주소·공실률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 건물이 몇 MW의 전기를 받을 수 있는지가 새로운 입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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