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축구 리그 독점 중계권을 싹쓸이하며 덩치를 키운 쿠팡플레이가 또 서버 장애로 축구 팬들의 분노를 샀다.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발 데뷔전을 지켜보려던 한국 팬들이 경기의 3분의 1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버 장애가 처음도 아닌 만큼 김성한 쿠팡플레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24일 0시(한국시간),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로 이적한 이강인이 첫 선발 출전한 경기가 열렸다. 이강인은 앞선 지난 20일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트려 기대감이 커진데다 경기도 부담없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열려 이날 많은 국내 축구 팬들이 모바일 앱과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문제는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버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40여 분간 화면이 멈추고 접속 장애가 이어졌다. 이강인이 필드를 누빈 67분 중 3분의 2 동안 방송이 마비된 셈이다. 중계 화면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재생이 끊기는 등 결국 한국 팬 대부분은 이강인의 선발 데뷔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강인의 첫 선발이라는 빅 이벤트인데다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대였던 만큼 서버 가용량을 늘리고 비상 시나리오 등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40여분간 중계가 중단된 것을 보면 그런 대책이 없었던 것"이라며 "해외 축구 중계의 경우 지연 등을 막기 위해 더 신경을 쓰는데 안이했다"고 혹평했다.
쿠팡플레이는 업계에서 소위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린다. 축구 리그 중계권 가격을 기존보다 2배씩 올려 써내 싹쓸이하면서 K리그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주요 축구 리그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어서다. 쿠팡플레이는 EPL 국내 독점 중계권에만 연간 700억원 수준(6년간 총 42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LAFC 디지털 중계권도 손흥민 이적 직후 쿠팡플레이가 시세의 2배 규모를 지급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가 김성한 대표 진두지휘 하에 왠만한 스포츠 중계권 비딩 금액을 시세보다 2배 높여 부르니까 다들 '시장 교란종'으로 여기는 분위기"라면서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현금은 넉넉한데다 독점 구조여서 한국 팬들이 안 볼수 없다는 것을 믿고 가격을 높여 다른 업체들의 참여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이강인 이적 후 쿠팡플레이의 이용자는 급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강인 이적 확정 후인 8월 첫째주(3~9일) 주간 신규 앱 다운로드 숫자는 14만7000명으로, 전주대비 90% 늘었고, 둘째주(10~16일)도 신규 앱 설치가 11만2443명으로 10만명대를 유지했다.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도 첫째주 435만여명으로 직전주 대비 22% 급증했다.
시장 독점은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6월 스포츠 전용 상품인 '스포츠패스' 가격을 기존 1만6600원에서 1만9300원으로 2700원(16%) 올렸다. 경쟁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인 티빙 베이직 요금제(9500원)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쿠팡 와우 회원의 스포츠 패스 이용료 역시 기존 9900원에서 1만2400원으로 25% 올랐다. 가격을 올려도 별도의 대체제가 없는 축구팬은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구독할 수 밖에 없다.
독점 지위를 이용해 이용료는 쑥 올려놓고 정작 기본인 서버 확충, 중계 역량엔 등한시하면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분노가 크다. 게다가 쿠팡플레이는 이와 관련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고 논란이 확산되자 인스타그램 이강인 경기 홍보물에 짤막하게 일부 오류가 있다고만 알렸다. 사과가 없어 팬들의 화를 더욱 키웠다.
쿠팡플레이 측은 "일시 트래픽 증가로 일부 환경에서 스포츠 중계 접속에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김성한 대표의 대한축구협회장 출마설이 제기돼 축구팬들의 원성이 커졌다. 축구팬들은 "독점 콘텐츠라고 비싼 구독료를 받으면서 정작 중요한 경기는 튕겨 나가 보지 못했다", "가격만 올리고 서버는 옛날 그대로면 소비자만 호구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쿠팡 와우 미가입 상태로 스포츠패스만 쓰는 이용자들에게는 끊임없이 '쿠팡 가입' 팝업을 띄워, 실수로 결제 및 가입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상술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날 새벽 실제 상당수 이용자들이 쿠팡플레이 접속 오류를 해결하려다 쿠팡 와우 회원에 가입하는 해프닝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