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보다 '사고 직전 10m'…에지 데이터 먹고 크는 자율주행 AI

김평화 기자, 이찬종 기자
2026.08.24 16:40

[웨이모, 한국상륙 사전 준비]②
무단횡단·급끼어들기처럼 드문 상황이 진짜 '교재'
한국 골목·교차로도 새로 배워야…현지 데이터 확보가 관건

자율주행 AI, 평범한 주행보다 ‘에지 케이스’가 중요한 이유/그래픽=이지혜

자율주행차가 아무 사고 없이 1만㎞를 달린 데이터보다 사고 직전 10m에서 벌어진 상황이 더 중요한 학습자료가 된다. 차선을 따라 달리고 신호에 맞춰 멈추는 정상적인 주행은 차량을 오래 운행할수록 자연스럽게 쌓인다. 반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보행자, 옆 차선에서 급하게 끼어든 차량, 공사 때문에 사라진 차선처럼 AI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자율주행업계는 이런 희귀한 상황을 '에지 케이스(edge case)'라고 부른다.

정해진 차로를 직진하는 장면은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된다. 일반적인 차선변경이나 교차로 통과도 일정 규모 이상 차량을 굴리면 대량으로 확보된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뛰어나오거나, 오토바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파고들거나 공사 차량이 기존 차선을 막는 상황은 다르다.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 번의 판단 오류가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자율주행 AI 입장에서는 자주 보는 장면보다 드물게 마주치는 장면을 제대로 처리하는 능력이 안전성을 좌우한다.

자율주행 업체들은 실제 도로에서 AI가 판단을 망설였던 장면이나 안전요원이 개입했던 상황, 예상과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 사례를 따로 골라낸다. 선별된 데이터는 다시 학습에 쓰인다. 같은 상황을 가상환경에서 반복 재현하거나 보행자의 속도, 차량 위치 등 조건을 조금씩 바꿔 AI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확인한다. 새 모델이 나오면 과거 문제가 됐던 상황을 제대로 해결했는지 다시 검증한다. 일종의 '오답노트'를 쌓는 셈이다.

같은 '끼어들기'라도 상대 차량의 속도와 거리, 주변 차량의 위치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확보한 희귀 장면을 여러 조건으로 변형해 반복 시험하는 이유다. 결국 하나의 에지 케이스가 단일 영상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학습·검증 시나리오의 출발점이 된다.

자율주행 경쟁이 고도화될수록 누적 주행거리만으로 기술력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진다. 평범한 데이터는 어느 시점부터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지만 희귀상황은 하나를 확보할 때마다 AI가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주행거리 자체보다 '얼마나 다양한 예외상황을 겪었고, 그 상황을 학습에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한국 진출을 준비하는 웨이모가 사고·사건 등 일부 장면을 별도로 골라 해외 연구개발에 활용하려는 것도 이런 데이터 특성과 맞닿아 있다. 모든 주행영상을 옮기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 가치가 높은 희귀상황을 선별해 가명처리한 뒤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은 국가마다 다시 배워야 하는 게 많다. 도로 표지판과 신호체계뿐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행동 방식도 다르다.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 움직이거나, 불법주정차 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넘어야 하는 상황, 복잡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가 차량 사이를 파고드는 장면 등은 한국 도로에서 새로 만날 수 있는 변수다. 미국에서 충분히 많은 거리를 달렸다고 해서 한국에서 벌어질 상황까지 모두 익혔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한국처럼 좁은 골목길과 복잡한 교차로가 많은 환경에서는 같은 보행자나 차량이라도 미국 도로에서 학습한 패턴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따라붙는다. 자율주행차 카메라에는 도로를 지나던 보행자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뿐 아니라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사람과 차량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함께 찍힌다. 자율주행 AI 학습에는 유용한 정보지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6월18일 개정 자율주행자동차법을 시행해 임시운행허가 사업자가 성능·안전성 향상을 위해 개인정보가 담긴 주행영상을 수집하고, 얼굴 등을 익명·가명처리하지 않은 원본 상태로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린 영상만으로는 자율주행 AI 학습에 한계가 있다는 업계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대신 특정 개인을 식별하거나 목적 외로 이용·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내부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안전조치를 의무화했다. 수집한 원본 영상은 5년이 지나면 파기해야 한다.

다만 이 특례는 국내에서 원본 영상을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지 해외 이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 웨이모가 개인정보위에 문의한 것도 원본 영상 자체를 해외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 도로에서 확보한 영상 가운데 필요한 사고·사건 장면을 추린 뒤 사람과 차량을 식별하기 어렵게 가명처리해 해외에서 활용하는 방안이다.

웨이모가 한국에서 기술을 현지화하려면 단순히 많이 달리는 것보다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예외상황'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이를 다시 AI 학습과 검증에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친 몇 초짜리 돌발상황이 글로벌 자율주행 AI를 한 단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교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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