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를 제한하려는 국회의 입법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소비자단체가 가격 자체보다 비용구조의 투명성과 공정한 부담 원칙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려는 규제가 소비자 배달비나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17일 성명을 내고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배달플랫폼 관련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정해야 할 것은 배달비 가격이 아니라 공정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배달기사, 소비자가 하나의 비용구조 안에서 연결된 만큼 특정 주체의 부담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그 비용이 다른 주체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달비 등을 합친 총수수료에 상한을 두거나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배달앱 이용에 따른 소상공인의 전체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소비자연맹은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높이고 플랫폼 중심의 비용 결정 구조를 개선하려는 방향에는 동의했다. 다만 수수료나 배달비 가운데 특정 항목만 규제해서는 전체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입점업체가 내는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플랫폼이 음식값이나 소비자 배달비를 올리거나 할인·쿠폰·멤버십 혜택을 축소하면 소비자의 실질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달앱 비용은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결제수수료와 광고비, 배달비 등으로 구성된다. 특정 항목만 인위적으로 낮추면 전체 비용이 감소하는 대신 다른 항목으로 부담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연맹은 이에 따라 규제 효과를 평가할 때 수수료율의 변화만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배달비의 상한이나 하한을 직접 정하는 방안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달비는 거리와 시간대, 지역, 날씨, 주문량, 배달기사 수급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서비스 가격이어서 일률적인 통제로는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안으로는 비용구조에 관한 정보 공개 확대를 제시했다. 소비자가 배달비의 산정 기준과 자신이 낸 비용이 플랫폼·입점업체·배달기사 사이에서 어떻게 분담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연맹은 정부와 국회가 특정 주체의 부담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비용 전가를 막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보호와 소비자 보호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 만큼 가격 통제보다 비용구조의 투명성과 공정한 부담 원칙을 확립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