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정치 유튜브의 논조 변화가 시청자 후원 여부에 따라 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계엄 이전부터 '슈퍼챗'을 받던 중도·보수 채널이 받지 않던 채널보다 진보 쪽으로 더 크게 움직였다. 후원이 유튜버의 강경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뿐 아니라 같은 진영을 향한 비판을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KAIST·홍콩중문대·홍콩대 공동연구진의 '유튜브 슈퍼챗과 정치 유튜브의 이념 이동정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672개 채널의 쇼츠 5만1382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비상계엄 선포 전 한 달과 이후 2주간의 영상 속 발언을 AI로 분석했다. 같은 사건을 어느 쪽 관점에서 설명하는지 살펴 채널별 논조를 점수로 매겼다.
차이는 중도·보수 채널에서 두드러졌다. 진보부터 보수까지 전체 점수 범위를 '100칸짜리 자'로 환산하면, 슈퍼챗을 받던 중도 채널은 슈퍼챗을 받지 않던 중도 채널보다 진보 쪽으로 약 30칸 더 이동했다. 보수 채널에서도 후원을 받던 쪽의 이동폭이 받지 않던 쪽보다 약 17칸 더 컸다.
비슷한 성향의 채널들을 후원 여부에 따라 나눴을 때 두 집단의 논조 변화폭에 그만큼 차이가 났다는 의미다. 기존 후원액이 많을수록 변화가 커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반면 진보 채널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계엄 이후 정치 채널 전반의 논조도 달라졌다. 주식 채널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분석에서 정치 채널은 같은 100칸 기준으로 약 9칸 진보 쪽으로 이동했다. 변화는 계엄 당일부터 나타났고 계엄 이틀 뒤 약 13.5칸으로 가장 컸다. 관찰이 끝난 계엄 이후 2주까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만 양극단의 강경 채널은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생방송에서 어떤 후원 메시지가 읽혔는지도 살폈다. 방송 음성을 30초 단위로 나눠 비교한 결과, 진행자가 슈퍼챗을 읽은 뒤 발언 점수가 진보 쪽으로 움직였다. 특히 보수 시청자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슈퍼챗은 시청자가 돈을 내고 자신의 댓글을 채팅창에서 눈에 띄게 표시하는 기능이다. 유튜버를 응원하는 수단이지만 불만이나 비판을 전달하는 데도 쓰인다.
이는 정치 콘텐츠를 이해할 때 추천 알고리즘과 함께 플랫폼의 후원 구조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떤 영상을 보여주는지뿐 아니라 방송 안에서 누구의 의견이 부각되고 진행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사건이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늘었다고 유튜버의 정치적 신념까지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분석은 계엄 전후 6주에 한정돼 변화가 장기간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분석 범위를 생방송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SNS가 정치적 양극화를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슈퍼챗 등 후원 기능은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장치로만 작동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정치적 충격 상황에서 내부 불만과 비판 전달 기능이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정치 유튜브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추천 알고리즘뿐 아니라 시청자 후원, 실시간 채팅, 진행자의 반응이 결합되는 상호작용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며 "이번 결과는 플랫폼의 수익화 기능이 정치 콘텐츠 생산자의 발언 방식과 논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