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29년 최초 달 궤도수송선 발사에 도전하는 가운데 누리호 8차는 발사체부터 주탑재위성까지 모두 산업체가 주도한다. 국내 우주항공 R&D(연구·개발)가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대폭 이동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 첫 궤도수송선 설계·개발을 주도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제작·개발을 맡고 있다. 2022년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으로부터 발사체 핵심 기술 및 장비를 이전받고 있다. 지난 7일 수행한 누리호 5차 발사에서는 75톤(t)급 액체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공급한 데 이어 직접 발사 제어·운용에도 참여했다. 2030년대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할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의 체계종합기업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의 누리호 참여 비율은 2027년 이후 발사를 거듭할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 5차 발사 성공 직후 "2032년까지 매년 1회 이상의 누리호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민간 주도의 상업 발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2029년은 우주산업이 국가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간 기업이 발사체 제작부터 핵심 탑재체인 궤도수송선까지 개발해 발사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주청은 궤도수송선에 실릴 달 궤도 통신위성 1기도 민간사업자에게 맡길 계획이다. 달 궤도 통신위성은 달 궤도에서 달, 지구 간 통신·항법 기술을 실증하는 500㎏급 통신위성이다.
우리나라는 앞서 2022년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를 발사했는데, 당시 개발은 국책연구기관인 항우연이 주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P위성, 쎄트렉아이 등 민간은 본체 구조체, 탑재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참여하는 형태였다. 2029년 보낼 달 궤도 통신위성은 이와 달리 민간이 본체 시스템 개발부터 이끌 것으로 보인다.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 관계자는 "우수한 우주 광통신 기술과 달 탐사 인프라 구축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많고, 우주에서의 실증 기회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며 "달 궤도 통신위성 개발 사업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달 궤도 통신위성 개발 사업은 궤도수송선 개발 사업과 함께 2027년도 우주청 예산안에 편성됐다. 우주청은 예산 확정과 동시에 사업자 공모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민간이 우주 시장에서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뉴스페이스'라고 본다. 국가 R&D 투자와 정부 수요에 대부분 의존하는 현 구조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해 발간한 '5대 우주 강국 진입을 위한 국가 우주혁신시스템 구축 전략'에 따르면, 한국은 정부의 투자 비율이 높고 민간은 일부 협력하는 '국가우주혁신시스템 2단계'에 머무른다. 정부가 우주 개발에 필요한 자금, 기술, 인프라를 민간과 공유해 민간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게 2단계다.
본격적으로 민관 공동 투자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3단계로, 일본·독일·프랑스가 이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4단계는 민간의 자체 투자가 선행되고, 정부는 민간이 생산한 우주항공 서비스를 구매하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 우주 분야 상업 활동이 활발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우주청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려면 충분한 물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저궤도 통신위성망처럼 수백 대에 이르는 소형 위성을 대량 발사할 수 있게 될 때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 간 투자의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우주 시장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