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렇게 빨리" 일 잘하는 '막내' 직원...신입 할 일 가져간 AI [AI+]

김평화 기자
2026.10.31 06:00

빅4 회계법인 신입 채용 2022년 1275명→지난해 약 800명…반복 업무는 AI가 대체
자료정리·초안 작성부터 줄어드는 '막내의 일'…신입 채용 기준도 경력직처럼 높아져

[편집자주] 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AI 시대, 사라진 신입 업무/사진=생성형 AI로 제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대형 회계법인 중 골라 갔다. 2022년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국내 빅4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 1275명을 뽑았다. 3년 뒤인 지난해 채용은 약 800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삼일 310명, 삼정 270명, 한영 170명, 안진 130명 등 약 880명으로 다시 늘릴 예정이지만 2022년보다는 3분의 1 수준이다. 불황과 퇴사율 하락 등 여러 이유가 있다. AI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신입 회계사가 처음 맡던 전표 확인과 자료수집, 거래 분류, 숫자 대조 같은 일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실제로 업무 대부분을 AI에 맡긴 회계사들이 많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단순 데이터 수집과 반복 분석을 AI가 대신하면서 신입 회계사의 단기 수요가 줄었다고 본다. 실제 삼정KPMG가 한 대기업의 내부회계 업무에 AI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500개가 넘는 통제 업무 중 60% 이상을 자동화했다. 연간 수천 시간이 걸리던 평가 업무는 수십 시간으로 줄었다. 약 99% 감소다.

회계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입사원들은 첫 회사에서 업무를 배워야 한다. 배우는 첫 단계는 '잡일'이다. 자료를 찾고, 회의를 정리하고, 엑셀파일을 정리하고, 보고서 초안을 쓴다. 개발자는 간단한 코드를 짜고, 상담 직원은 반복 문의에 답한다. AI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급여관리업체 ADP의 수백만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AI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에서의 22~25세 고용이 AI 영향을 적게 받는 직종에 비해 19% 적었다. 지난해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15%에서 격차가 4%포인트 더 벌어졌다. 연구진은 기업들이 신입을 덜 뽑은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경력 10년차 직원의 일을 AI에 통째로 맡기기는 어렵다. 고객을 설득하고 예외 상황을 판단하며 결과에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입사원 여러명이 하던 자료정리와 초안 작성을 기존 직원 한 명과 AI가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회사의 계산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입 자리는 줄어들었는데, 채용 기준은 높아졌다. PwC가 미국 신입 채용공고 240만건을 분석한 결과 AI 영향을 많이 받는 신입 직무는 그렇지 않은 직무보다 리더십과 창의성, 대면소통 등 과거 경력직에게 주로 요구했던 능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7배 높았다. '경력직 같은 신입'을 뽑는 채용공고는 2019년 이후 35% 늘었다. 반면 일반적인 신입 채용공고는 10% 줄었다.

한국은행도 지난 8월 비슷한 문제를 짚었다.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15~29세 청년 일자리는 28만5000개 줄었다. 이 중 94%인 26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감소했다.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일자리는 31.4%,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은 16.6% 줄었다. AI의 확산으로 '막내의 일'부터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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