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개발자 포함 일반인 대상으로 개최한 AI 경진 대회가 방탈출 게임을 연상시키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화제다. 단순히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던 기존 대회의 틀을 깨고 '개방형 AI 생태계'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 산하 공익재단 카카오임팩트는 지난달 31일 AI 해커톤 'AI_TOP_100'(이하 카카오 해커톤) 온라인 예선전을 열었다. 해커톤(Hackathon)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개발 경진 대회다.
카카오는 가상의 '교동마을'을 AX(AI 전환) 하는 과제를 제시했다. 참가자는 마을 주민으로 설정된 가상 인물 10여명을 직접 인터뷰해 연락처 등 정보를 수집한 뒤, 고객 응대(CS)용 카카오톡 AI 에이전트를 완성해야 했다. 기존 해커톤이 "CS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라"는 단편적인 과제를 던졌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문제를 스스로 발굴·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설계됐다.
가상 인물은 각자 성격을 지녀 다르게 응대해야 했고, '홍보걸'이라는 숨겨진 인물도 찾아야 했다. 정보 취합 현황은 인물별 '지식발굴율'로 표시됐다. X·쓰레드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방탈출 게임이나 크라임씬(추리 예능 프로그램)을 플레이하는 것 같은 몰입감이 있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참가자는 사전에 공지된 규칙만 지킨다면 취향에 맞는 AI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AI 자동화 절차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급한 마음에 미흡한 AI를 구동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실수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해커톤은 카카오가 추진하는 '개방형 AI 에이전트 생태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카카오는 외부 기업이나 개인 개발자가 만든 AI 에이전트를 자사 AI 서비스·플랫폼에 결합하고 A2A(에이전트 간 연결)를 확대하는 방향의 AI 비전을 제시했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카카오톡에 외부 개발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다. 다른 참가자는 "카카오는 AI 기술과 다소 거리가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해커톤으로 이미지가 바뀌었고 다시 동경하게 됐다"고 했다. 카카오는 본선 진출자로 구성된 공식 오픈채팅방을 운영할 계획인데 AI 인재 네트워크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 목표인 카카오에게 국내 AI 개발자 생태계 활성화 자체가 희소식이기도 하다.
카카오 해커톤은 오는 3일까지 예선 심사를 거쳐 11월 4일 본선 진출자 100명을 선정하고 이메일로 개별 통지한다. 이어 오는 21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오프라인 본선을 연다. 총상금 규모는 1억 2500만원으로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1명) 상금 3000만원 △금상·카카오 대표이사상(2명) 상금 1000만원 △은상(3명) 상금 500만원 △동상(4명) 상금 250만원을 수여한다. 본선 진출자 100명 전원에게 AI 도구 지원금 50만원도 지급한다.
카카오임팩트 관계자는 "지난 대회가 주어진 문제를 AI로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문제를 정의하고 단서를 조합해 만든 AI 에이전트가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적절하게 작동하는지를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