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5대 연구기관 '솔크 연구소'가 강한 이유

샌디에이고(미국)=김지산 기자
2017.06.20 11:00

자본으로부터 독립, 순수 기초연구에 매진하며 노벨상 6명 배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솔크 생물학 연구소(Sal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이하 솔크). 조금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책들과 연구 자재 틈 속에서 두 명의 남성 연구원이 기자들의 급작스런 방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에 한창이었다.

좁은 복도 양쪽으로 늘어져 있는 연구실은 딱히 구분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55개 연구실이 몇 개 건물들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아만틴 쉐(Amandine Chaix) 연구원은 기자들에게 "각각의 연구실은 모두 열려 있고 서로의 연구과제를 공유한다"며 "때로 아이디어를 얻고 새 과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솔크 연구소 연구원들이 연구소 외부로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쉐 연구원은 언제, 무엇을 먹느냐가 대사증후군, 당뇨 비만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사친 판다(Satchin Panda) 박사 연구실 소속이다.

자본을 의식하지 않는 순수 생명과학 연구, 연구 조직간 벽을 없애고 상시 협업이 가능한 구조. 세계 5대 연구기관의 하나인 솔크는 샌디에이고 바이오산업의 축소판이다.

사시사철 쾌적한 부유층 백인의 도시. 이게 다가 아니다. 샌디에이고는 세계 생명과학의 중심이기도 하다. 19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2017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의 첫날 컨퍼런스 주제 중 하나가 '샌디에고 사례로 본 유전공학 클러스터의 경제학적 DNA(Mapping the Economic DNA of a Genomics Cluster, A San Diego Case Study)'라는 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샌디에이고 내 유전공학 분야 기업만 115개, 이들은 1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지역 경제에는 연간 56억달러(약 6조3700억원)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솔크는 1960년 폴리오 백신 발명가인 조나 솔크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암, 유전병, 알츠하이머 에이즈 등 기초 생명공학 연구를 전문으로 한다. 현재 알츠하이머 등 노화로 인한 질병과 식물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연구원 2명이 연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솔크가 강한 이유는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재정 안정성이다. 연간 1억1800만달러(약 1340억원)를 펀딩 받는 데 재정의 44%가 정부에서 온다. 또 37%는 기관으로부터 기부를 받는다. 당장 상업화 가능성이 낮은 순수 기초 학문에 매달릴 수 있는 환경이다.

연구소 홍보담당 크리스티나 그리판티니(Kristina Grifantini)씨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특정 부분을 고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자동차를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쉐 연구원은 "기업과 일을 하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멀리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솔크 연구소 건축물

오로지 학문적 업적에 매진한 결과 솔크는 엘리자벳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 박사 같은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했다.

한국적 상황과 크게 다른 점 하나. 솔크는 20세기 최고 건축가로 꼽히는 루이스 칸(Louis Kahn)이 만든 건축물답게 연구소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연구원들의 정서적 풍요를 고려한 결과다.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됐을 때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연구 지원에서 진짜 효율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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