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양약품, 금감원 감리에 개발비 '손상'처리… 순익 반토막

김지산 기자
2018.03.08 04:20

개발 중인 약물, 무형자산 내 66억 손상차손... 공시에는 법인세만 언급

일양약품이 연구개발비를 무리하게 자산으로 잡았다가 금융당국 감사가 예고되자 개발비 일부를 손상처리 했다.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부풀려왔다는 고백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해 손익계산서상 89억원 규모 기타손실이 발생했다. 그 결과 전년대비 3.0% 증가한 23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순이익은 57억원으로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어닝쇼크를 불러온 기타손실의 상당액(66억원)은 무형자산 내 개발비를 손상차손 처리한 데서 비롯됐다. 개발비 손상차손은 연구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이미 출시한 의약품이라도 개발비조차 뽑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저조할 때 발생한다.

일양약품의 경우 놀텍이나 슈펙트처럼 시장에 나온 제품을 제외한 아직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 펩타이드, 사이토카인, 백신 등 개발비가 여기에 해당 됐다. 해당 약물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임상1상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38호는 개발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면 무형자산으로, 그렇지 못하면 판매비와 관리비(비용)로 분류하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개발 초기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 처리해 판관비 증가에 의한 영업이익 축소를 회피해왔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일양약품은 판관비가 아닌 무형자산을 축소하는 바람에 영입이익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순이익만 감소한 것으로 기재할 수 있었다. 지난달 초 연간 실적 공시에서는 '법인세 외 추가납부 등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연구개발비 부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감리로 자칫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고 급히 회계 기준을 바꾼 것 같다"며 "이런 사정을 공시에 따로 언급하지 않은 건 지금까지 영업이익을 과대포장 해왔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양약품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최근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제품화되지 않은 연구개발비를 자산에서 제외한 것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