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8번째 확진 환자의 정확한 발병 시기가 미궁에 빠지면서 최대 잠복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인 14일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길어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1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8번 환자는 지난달 25일 3번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하고 다음 날인 26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격리 종료 시점을 앞둔 이달 8일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 결과가 나왔고 재검을 통해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잠복기 기준을 넘긴 16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 돼 잠복기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잠복기 기준이 국내 상황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 14일은 방역을 위한 통계적 의미이며 면역력 등 환자 특성에 따라 잠복기를 벗어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며 "예외 사례가 한두 명 나온다고 기준을 바꾸는 것은 아니며 아직 국내에는 잠복기를 넘긴 사례가 나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최장 잠복기가 24일인 사례가 보고되면서 국내 기준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 때도 환자 약 97%가 14일 이내에 발병했다"며 "대부분의 환자가 나오는 14일로 잠복기를 맞춰놓고 예외 상황은 방역당국과 의료진 재량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28번 환자의 사례로 잠복기 개념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8번 환자가 잠복기 완료 시점을 앞둔 이달 8일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의 경계선상 결과가 나온 시점을 이미 감염된 상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번 환자는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미 첫 검사인 8일 결과는 위(偽)양성으로 볼 수 있다"며 "그때부터 이미 바이러스가 몸에 검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 설명에 따르면 28번 환자는 자가격리 후 잠복기인 14일째 발병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엄 교수는 "28번 환자가 진통소염제를 복용해서 통증을 못 느꼈다고 하더라도 호흡기 증상까지 조절되지는 않는다"며 "무증상 감염 상태가 잠복기 끄트머리에 확인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 역시 잠복기 기준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병원 의료진과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19 중앙임상TF는 13일 "28번 환자의 검사 소견은 무증상으로 감염된 후 이미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 환자의 사례가 코로나19의 잠복기를 14일 이상으로 늘려야 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