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면하지만 떠나면 징역"…'당근'과 '채찍' 놓인 필수의료, 무슨 일

"처벌 면하지만 떠나면 징역"…'당근'과 '채찍' 놓인 필수의료, 무슨 일

정심교 기자
2026.03.15 16:12
지난해 9월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유청준 노조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유청준 노조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수의료에 몸 담은 의사들에게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주어지면서 의사들이 온탕과 냉탕을 드나들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필수의료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행위 의료사고 공소제한 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 사이에선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이 법안은 필수의료에 대한 '기소 제한 특례' 신설을 골자로 한다.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완료했거나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설명의무를 이행했거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아예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이 같은 조건을 갖춘 경우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면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사고가 형사사건이 되면 의학적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사절차, 잦은 소환조사 등으로 의료인의 형사부담이 가중된다"며 "위험도가 높은 필수의료행위로 어쩔 수 없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회복하면 형사책임을 제한해, 필수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진이 형사 부담으로 진료를 기피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제안 취지를 밝혔다.

그간 의사들에게 '사법리스크'는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요인으로 꼽혀온 만큼 이번 개정안이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지원 '당근책'이 될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부분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표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의 실무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의사들의 우려를 전달했고, 이런 내용이 정부안에 많이 반영돼 개정안이 진행된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여당이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진료 공백 방지법)을 발의하면서 의사들이 "강제 노역법에 해당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 개정안 역시 전진숙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는데,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마취 및 영상검사 등 필수유지 의료행위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폐지·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도 담겼다. 사실상 필수의료 의사들의 단체 파업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인 기본권 침해하는 '단체행동 금지 의료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성명을 냈다. 김 대변인은 "이 개정안은 의료인들이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만둘 수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종료할 근로의 자유의 본질적 가치를 침해한다"며 "헌법상 단결권·단체행동권, 집회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보건의료 현장의 본질적인 구조를 외면한 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력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고 강제로 동원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인들을 겁박하는 이른바 '강제노역법' 발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해 지난해 발표한 '시도별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 /자료= 그래픽=최헌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해 지난해 발표한 '시도별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 /자료= 그래픽=최헌정

전공의들은 해당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필수의료 강제 동원'이나 다름없다고 봤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을 법으로 묶어두고 강제로 일하게 하는 건 '현대판 강제노역'"이라며 "현장을 지키는 젊은 의사들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그 어떤 시도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원의들도 발끈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 법안은 의료인에게 '필수의료 유지'라는 명목을 씌워 진료를 강제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징역형에 처하겠다는 전근대적인 형벌 만능주의를 담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직면한 필수의료의 위기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불합리한 저수가 보상 체계, 진료 결과에 대해 과도하게 부과되는 법적 처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원인 진단은 외면한 채 의사를 '쇠사슬'로 묶어 진료실에 가둬두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의료진의 이탈을 가속하고,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질적 추락을 불러올 뿐"이라면서 "처벌로 강제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양질의 진료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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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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