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월 밀양에서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기억하는 이는 많다. 하지만 155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 원인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밀양 세종병원은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면서 수익창출에만 골몰하고 건축, 소방, 의료 등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철저히 외면된 채 운영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영리추구에만 몰두하는 사무장병원은 그 특성상 의료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과밀병상으로 운영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 위법 행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무장병원이 근절되지 못하는 사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고 국민의 건강권도 침해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사무장병원에 따른 재정 누수 규모가 무려 3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사무장병원이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사이 심각한 보험 재정 누수를 일으킨 것이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찰의 수사 인력 부족과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건강보험공단의 여건 등으로 수사가 장기화 되고 있다. 그 사이 사무장병원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보험재정이 누수되고 있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재정을 성실히 관리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험자의 사명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 시스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무장병원 의심기관에 전직 수사인력 등을 투입해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사의뢰를 접수 받은 수사 주체인 경찰은 인력이 제한돼 있다. 경찰은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므로 장기간 집중적 수사를 요하는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처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수사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수사 장기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감지시스템과 사무장병원에 대한 특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풍부한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건강보험공단에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송기헌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정춘숙, 서영석, 김종민 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각 각 발의했으나, 지난해 11월 법사위에서 한차례 심의돼 여야 간 의견 불일치로 재심의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와 같이 21대 국회에서도 국회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는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사경 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사이 매년 국정감사에서 책임 없이 늘어나는 재정 누수액만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특사경 제도가 신속하게 도입되면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건강보험공단의 수사 인력을 통해 사무장병원에 대한 조사기간이 대폭 짧아지고 연간 2000억원 이상의 건보 재정 누수 방지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러한 특사경의 순기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부업 위반 범죄 127건을 적발·검거한 경기도 특사경의 활약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회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건전한 재정을 위해 사무장병원 근절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대승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